허위 소문에 진료정보 부족까지 혼란스런 병원들
가이드라인 없어 정확한 치료 등 어려워, 4일 합동세미나서 문의 쏟아져
2015.06.04 20:00 댓글쓰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확산 방지에 첨병(尖兵)이 돼야 할 의료기관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진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의료현장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메르스민관합동대책반이 4일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메르스, 바로 알고 극복하자” 민관 합동 세미나’[사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이 자리는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오히려 각지에서 찾아온 의료진이 질문을 쏟아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느라 정작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이날 의료기관 내 감염률이 높은 현 추세를 강조하며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 우려를 안심시키고 환자와 대면하는 의료인과 달리 일반인은 감염 위험도가 높지 않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지만, 정작 그러한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기침과 가래는 있는데 열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의료진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보 부족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한국에서 발생한 환자에 대한 정보조차 제공해주지 않아 환자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책을 알고 싶어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실망스럽다"며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지정돼 발열·호흡기 환자가 몰려들고 있지만 무방비 상태다.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건지, 왜 환자 발생 병원명을 알리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의사들끼리 각종 기사를 짜집기해 정보를 얻고 있다"며 "어느 시기에 어떤 병원을 이용했는지, 확진환자에게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 의료진이 알아야 한다”며 “정보공개가 혼선을 줄이면서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중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환자 정보가 일선 의사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국내 환자 자료를 모아 잠복기, 기저질환 환자 비율, 중증도 등 자세한 자료를 주면 환자 진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적용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도 의료진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병원의 의사는 “사우디에서 6개월 체류한 후 기침과 가래가 있어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보건소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열이 나지 않아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돌려보냈는데 앞으로 이런 경우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강원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 역시 “메르스 의심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응급실을 폐쇄해야 하느냐. 일부 의료기관은 응급실을 폐쇄했는데 우리 지역의 경우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에 적어 여파가 크다. 지역 보건소와 협의를 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각 학회 차원에서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치료지침, 예방지침, 감염관리지침 등을 만들고 있지만 진료, 정부 대응 조언 등을 병행하고 있어 빠른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가진단이 가능한 대학병원에 진단시약을 제공해 직접 메르스 확진 검사를 하도록 해 조기진단체계를 구축한다는  정부의 계획 역시 의료기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빅5에 속하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환자들이 몰려올 텐데 진료현장에는 진단체계 관련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맞는 것이냐.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손장욱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또한 “해당 의료기관이 공개되는 순간 불필요한 수요가 쏟아져 의료인력 낭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홍빈 교수도 "몰려드는 환자들 중 한 명이라도 진짜 환자가 있는 경우 감염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며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가 섞이지 않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비판에 이재용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민·관 합동대책반을 통해 선제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김 이사장 역시 “정부의 정보가 전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았고, 대응 프로세스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점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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