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 기획 下] “오늘 체험한 가상현실치료에 적당한 가격은 어느 정도 될 거 같습니까?”
“3만원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답하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사진]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봐요. 가상현실클리닉은 서비스 차원이지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경제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느냐’는 가상현실 등을 널리 활용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16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상현실클리닉에서 막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김 교수는 VR치료가 널리 이용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담보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가상현실클리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간·인력·콘텐츠 등 개발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병원 측은 정확한 운영비용을 공개하기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한 시간 가량 이뤄지는 치료에 투입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투입비용을 고려하면 하루 내내 쉬지 않고 돌려도 회당 20만원은 돼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1월 기준 건당 비용은 7만 2000원이다.
세계 최초로 ‘VR 인성재활시스템’을 개발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사회부적응, 사회공포증·고소공포증·비행공포증 등과 알코올중독, 강박증, 기억장애, 발달장애(자폐증) 등에 VR치료법을 활용하고 있는 김 교수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VR이 언급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이에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VR 자체가 널리 보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한계는 경제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현실클리닉 운영의 가장 큰 단점으로 초기진입·운영비용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운영비용에서는 정신질환별로 콘텐츠를 따로 개발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간단하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나 앱 개발에서 삼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과물을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VR치료는 미래를 위한 투자, 일반인들 인식 바뀌어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클리닉을 10년이 넘도록 유지하고 있다. 현재 수가로는 환자에게 VR치료를 제공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VR치료의 성공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적절해 보인다.
김 교수는 “가상현실클리닉이라는 공간은 병원에서 제공했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좀 더 높은 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좀 더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정한 수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하지만 비급여로 하면 정부에서 정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결국에는 일반의 인식이 따라와 줘야 VR치료에도 적정수준의 값이 매겨지고, 사람들도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예를 들어 20분 정도 소요되는 MRI를 20만원정도 주고 찍었다고 하면 싸게 했다고 하지만, 가상치료 1시간에 같은 돈을 들였다고 하면 부정적”이라며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널리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국에서 들려오는 성공사례는 우리나라 의료계도 VR치료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함을 노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하 창의적 기술연구소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진단을 받은 군인의 치료를 위해 VR 애플리케이션인 ‘버추얼이라크’를 제작해 60개 병원에 적용했다.
이 결과 PTSD 치료를 받은 군인 20명 모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가 감소하고 갑작스런 반응에 깜짝 놀라는 증상도 완화되는 등 증상이 호전됐다. 치료 후에도 3개월 이후에도 효과는 지속됐다.
가상현실클리닉은 기술 개발 등 가능성 '무한대'
김 교수가 VR치료를 개발하고 치료에 적용한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기술개발은 VR치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었다. 장비가격은 과거에 비해 기록적으로 떨어졌으나, 성능은 정확히 반비례 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은 VR치료 콘텐츠에 생체신호를 접목한다는 차원에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경제성을 비롯해 일반의 인식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가 가상현실클리닉에 매진해야 할 이유다.
김 교수는 “고화질 영상 제공 등 장비 값은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으나, 성능은 좋아지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의 등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든’ VR치료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은 VR치료 콘텐츠에 생체신호를 접목하고, 바로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 교수는 “VR치료 콘텐츠에 생체신호를 접목하고,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각종 생체신호를 받음과 동시에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점검해 적절한 VR치료 콘텐츠를 적용해서 훈련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