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건강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서는 ‘잘 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요실금, 요로감염 등 질환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요양병원과 비뇨의학과는 외면받았고 배뇨관리 역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노인요양비뇨의학회는 바로 이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2017년 공식학회로 승인을 받았다. 지금은 노인의료와 요양병원의 역할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22일 가톨릭대학교 의생산업연구원에서는 노인요양비뇨의학회의 제2차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요양병원 및 비뇨의학과의 제도적 변화 추이부터 학술적 내용까지 전반적 내용을 다루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형지 노인요양비뇨의학회장(단국의대) [사진 右]과 노준화 부회장(광주기독병원)[사진 左]은 “큰 산을 넘었더니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잘 싸는 것’이 제도적으로 우선순위 밖이라 아쉽다”고 운을 뗐다.
이들이 말하는 ‘큰 산’은 요양병원 8개과 전문의 가산을 받을 수 없었던 비뇨의학과가 이제는 받을 수 있게 개선된 부분이고 ‘또 다른 산’은 여전히 배뇨관리료 신설 등 기본적인 수가체계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서는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8개 전문과목에 대한 가산이 있었고 노인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뇨의학과는 배제된 상태였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과 제한을 풀어 전체 과가 가산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했지만 동시에 한의사도 진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 전문의가산제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며 의료의 질 측면에서 왜곡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두고 김형지 회장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노인환자의 잔뇨량 확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자꾸 빼먹고 다른 영역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배뇨관리료 신설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준환 부회장 역시 “혈압을 재고 피를 뽑는 것과 함께 노인환자의 잔료량 측정 등 배뇨검사는 입원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할 영역이다. 제도적으로 보완이 안되니 시작부터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다. 적극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커뮤니티케어와 배뇨관리센터 설립 과제
배뇨관리료 신설과 함께 학회가 목표로 둔 사업은 전국 각 지역에 배뇨관리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현재 커뮤니티케어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연결성이 중요해졌다. 결국 지역연계 측면에서 배뇨관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해진 것이다. 배뇨관리센터는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지 회장은 “애초 배뇨관리센터는 노인비뇨의학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이었고 그 맥락에서 설립을 주장해왔다. 이제는 커뮤니티케어라는 큰 변화가 생겼고 여기에 배뇨관리센터를 접목하는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모든 요양병원에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배치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므로 배뇨관리센터를 만들어 장기요양 종사자들의 교육 등을 수시로 열고 효과적인 배뇨관리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술대회 프로그램에은 노인간호학회와의 협력 세션도 있었는데, 바로 이런 측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지역사회 연계사업과 마찬가지로 노인환자 관리 개념을 확장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노준화 부회장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만큼 배뇨관리센터 설립은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숙제다. 변화하는 제도에 부합하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꼬여있는 매듭을 풀고 진정으로 고령화를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