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복용하는 항혈전제의 출혈에 있어 기존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가 신약인 브릴린타(티카그렐러)보다 2배 이상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항혈전제의 출혈 합병증 관련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인에 맞는 약물과 그 용량 조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급성심근경색은 스텐트를 삽입해 뚫어주거나 다른 혈관을 이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로 치료한다. 치료 후에는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반드시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한다.
최근 개발된 항혈전제 신약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동일한 용량으로 사용된 후 출혈 합병증이 발생하면서 안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박덕우 교수와 은평성모병원 권오성 교수팀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항혈전 신약의 출혈 발생률은 기존 치료제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10개 심장센터에서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급성심근경색 발생 후 기존 항혈전제와 항혈전제 신약을 사용한 환자 800명의 1년간 합병증 발생을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심장중재시술분야 학회인 미국 중재시술 학회(TCT학회)에 초청돼 박덕우 교수가 직접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심장 분야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피인용지수 23.05)’에 게재돼 전세계 심장 전문의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항혈전제 신약은 약제가 개발된 후 지난 2009년 미국, 유럽 등에서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시행, 기존 약제보다 뛰어난 유효성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초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며 환자들에게 사용됐지만, 사용 후 임상 현장에서 출혈 사례가 다양하게 보고됐다.
연구팀은 항혈전제 신약 안전성 평가를 위해 심장혈관연구재단 후원을 받아 국내 10개 심장센터에서 급성심근경색 후 1년 동안 기존 항혈전제(클로피도그렐)를 복용한 400명과 항혈전제 신약(티카그렐러)을 복용한 400명 등 총 8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연구를 진행했다.
표준치료지침에 따라 기존 항혈전제 복용 환자들은 매일 75mg 한 알을 하루 한 번 복용했고, 항혈전제 신약은 매일 90mg 한 알을 하루 두 번 복용(하루 총 180mg)했다.
그 결과, 신약에서는 1년간 출혈과 관련된 합병증이 11.7% 발생했으며, 기존 치료제는 5.3%로 나타나 신약 출혈이 2배 이상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또 심장 및 뇌출혈 등 생명과 직결된 출혈 발생률 역시 신약이 7.5%를 보여 기존 치료제의 4.1%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효성 지표인 심혈관질환 및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 발생은 신약이 9.2%로 기존 치료제 5.8%보다 약간 높았으나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다른 합병증 발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 책임자인 박승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연구와 달리 임상진료 현장에서 한국인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고자 하는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시행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1저자인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에서 입증됐듯이 한국인에 맞는 적정용량을 찾아 출혈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올바른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