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전공의 '집단 사표'
2011.12.18 21:52 댓글쓰기
[단독]내리막 길이 보이지 않더니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한 것은 물론 정부 지원금 마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교수를 포함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전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병원이 지원금 인상을 약속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우리나라 병원계, 특히 흉부외과 등 소위 3D과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더불어 의료현장에서 흉부외과 의사들이 느끼는 고충과 어려움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전국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이 대학병원의 얘기가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정부의 흉부외과 지원금을 제대로 사용해 달라는 요청이 수차례 거부됐고 단체행동을 통해 병원으로부터 복지부 권고사항 만큼의 지원금을 약속받았다는 내용이다.

사건은 지난 11월 초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의사들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투명하고 목적에 맞는 곳에 흉부외과 수가지원금을 요청했으나 병원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단체 사직서 제출이란 초강수를 던졌다.

이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는 “어떤 방법이나 수단의 일환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던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월급받아 생활하는 의사들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만큼 절박하고 심정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측에 흉부외과 새 판을 짜라는 의미로 사직서를 전달했지만, 병원이 단체 사직서를 보고 다행히 우리 입장과 어려움을 잘 헤아려줬다”면서 “병원과 지역에서 흉부외과가 차지하는 위치가 잘 구축돼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 의사들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에 놀란 병원측은 뒤늦게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전체 지원금의 70%만큼은 흉부외과에 사용하라는 권고사항을 지키겠노라 약속했다.

흉부외과 의사들의 어려움을 직감한 병원 경영진이 나서 적극적으로 흉부외과 수가지원금 확대 방안을 찾아봤다는 전언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단체로 사표를 제출해서 놀랐지만 더 저렴한 임금에 일할 수 있는 다른 의사들도 많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병원을 같이 이끌고 나갈 흉부외과 의사들의 고충이 그러한 방법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병원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들은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번 조치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의 일환이었다"면서 "과거에는 흉부외과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이를 시정했고, 앞으로도 의료기기와 임금 등 흉부외과 진료환경 발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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