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책 절실해진 고령사회 비뇨기과'
2013.12.10 12:36 댓글쓰기

2차 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는 무렵, 미국 정부는 4명의 형제를 전쟁에 출전시킨 라이언가의 막내아들을 구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이미 전쟁에서 3명의 아들의 잃은 라이언 부인에게 막내아들 만큼은 구해오겠다면서 특수 부대를 파견한 것이다.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다.

 

1명의 병사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군인을 빗발치는 전장터로 내모는 작전은 무모하지만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국가가 한 명의 병사도 포기하지 않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라이언일병과 같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정부의 지원사격을 희망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올해도 어김없이 전공의 미달사태를 반복한 비뇨기과. 최근 들어 비뇨기과의 어려움은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비뇨기과는 최근 ‘2014년 레지던트 모집’ 결과 빅 5 병원에서 조차 미달사태를 맞이하는 참패를 맛봤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비뇨기과는 7명 정원에 단 한 명의 지원자를 받지 못했고,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는 정원 4명 중 2명, 세브란스병원은 5명 정원에 1명만 지원했다.

 

전국적인 지원율도 곤두박질 쳤다. 이번 레지던트 모집에서 비뇨기과 정원은 전국 92명이었지만 실제 지원한 전공의는 22명으로 1/4도 안되는 23%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불과 10여년 전 인기과로 분류되던 비뇨기과의 이 같은 추락에 내부에서는 “이러다 외국 의사를 수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한숨이 나온다.

 

대한비뇨기과학회 한상원 회장은 전공의 모집 마감일 며칠 뒤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한 달 진료 수입으로 1000원 받아야 할 것을 300원 밖에 못 받는 비뇨기과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장내외 팽배한데 누가 비뇨기과 의사를 꿈꾸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실제 비인기과로 지목돼 온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가가산을 시행 있지만 유독 비뇨기과에 대해서는 수가가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비뇨기과학회 등을 중심으로 “심장,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만 의료냐”라는 성토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배뇨 및 성기능장애 등을 진료하는 비뇨기과는 고령화 사회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중요한 분야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치료의지가 없었던 60대 이상 노인층에 대한 배뇨장애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비뇨기과는 종양분야에서도 필수적이다. 신장암, 전립선암, 방광암 등 국내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비뇨기과 전문의다.

 

이외에도 성기능 장애는 개인문제로 치부되던 분위기에서 점차 벗어나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는 경향이 생겨나 정도로 일반화되는 추세다. 특히 가정폭력은 물론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기능장애에 대한 치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권장해야 할 분야다.

 

의료의 패러다임이 ‘생존’을 위한 치료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예방 등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제는 배뇨, 성기능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뇨기과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비뇨기과의 높은 폐업률과 전공의 수련체계 붕괴 등의 비명을 외면하는 것은 노년의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는 많은 고령자들에게 정부로서 역할과 책임을 져버리는 것일 수 있다.

 

영화 속 라이언 부인이 국가의 아무런 노력 없이 막내아들을 전쟁에서 잃었다면 조국에 느꼈을 배신감과 허탈감은 어떠했을까. 정부가 언제까지 비뇨기과 추락을 관망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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