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에 이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에 대한 허가 전망이 나오면서 알츠하이머 정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위원회는 도나네맙 허가에 따른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며 만장일치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도나네맙은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보다 인지 능력 저하를 35% 감소시켜 레켐비(27%) 대비 높은 효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FDA가 통상적으로 자문위 결정을 따르는 점을 고려할 때, 자문위의 이번 지지 의사에 따라 도나네맙의 FDA 승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여 침착물(플라크)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뇌신경 세포가 죽으면서 발생한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2021년 FDA가 승인한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첫 번째 항체 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나네맙이나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승인된 레켐비 역시 같은 계열의 약물이다.
최근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도나네맙이 승인될 경우 레켐비와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풀린 실 모양으로 뇌척수액 속에 녹아 있는데, 레켐비는 해당 '실'이 결합하는 초기 단계에 달라붙어 베타 아밀로이드의 결합을 막는다.
반면, 도나네맙은 베타 아밀로이드로 인해 이미 실타래처럼 결합한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의 약물이다.
다만,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로는 환자 인지 기능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하며, 뇌부종과 미세 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 증상(ARIA) 부작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등 한계가 있다.
도나네맙 역시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따라 FDA 승인 결정이 연기된 바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지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다"며 "다만 치료제가 아예 없을 때와 달리 30%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임상적 의미는 존재한다"고 전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유일하게 타깃으로 하는 약물에서 나아가 다양한 작용 방식의 치료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레켐비는 승인 후속 연구에서 치료 가능한 그룹이 제한된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치료 환자를 선별할 때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염증·면역, 시냅스 보호 인자, 단백질 분해 효소 등 다양한 기전(효과)으로 알츠하이머 약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에이즈 치료제처럼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칵테일 치료요법(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합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 아리바이오 등이 복합적인 알츠하이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다중 기전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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