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암조직을 채취해 형성한 암조직 유사체인 오가노이드가 최근 맞춤형 항암제 및 진단마커 개발의 주요 토대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혈관육종암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이를 통해 향후 혈관육종암 환자에게도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정기석 교수·정다정 박사, 성형외과 최종우·정우식·김영철 교수 연구팀은 24일 혈관육종암 환자 샘플에서 혈관육종암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혈관육종암은 연부조직암의 약 2%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으로 발생한 암의 절반 가량이 두피를 포함한 두경부에 생긴다. 평균 생존율이 7개월에 불과하고 적극적인 치료에도 5년 생존율이 60%로 낮아 최적의 항암제 개발이 절실하다.
그동안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암 조직에서 형성이 확인됐지만, 육종암 유래 오가노이드 배양법은 학계에 보고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악성 종양인 혈관육종암이 혈관 내피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복합체인 '메트리겔' 내에서 형성하는 방법으로는 신생혈관 발아로 인해 3차원 오가노이드 배양이 이뤄지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코팅을 하지 않은 배양 접시에서 혈관육종암 세포를 2차원으로 배양한 결과, 세포 증식에 따라 부분적으로 세포 밀도가 높은 곳에서 혈관육종암 세포가 자가조립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형성된 세포 응집체는 3차원의 세포 덩어리로, 부착된 바닥에서 떨어져 나와 배양액 내에 부유하며 3차원의 혈관육종암 유래 오가노이드를 형성했다. 이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분자 및 형태학적 양상을 모사하며, 세포 외 기질 내에서 혈관 발아 현상을 보였다.
또 현재까지 혈관육종암에서는 특정 바이오 마커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단백질 C 수용체(PROCR)가 암조직 및 오가노이드에서 과발현되는 모습이 관찰돼 혈관육종암 바이오마커로써의 활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최종우 교수는 "혈관육종암은 워낙 악성도가 높아 환자 생존율이 매우 낮다. 환자마다 암의 양상이 다양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이 절실하다. 이번 오가노이드 모델 개발은 악성도가 높은 혈관육종암에서 정밀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혈액 및 종양학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