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약(藥) 있어도 진료 현장에서 희귀질환자 적용 험난"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교수 "개선 방안 절실, 전문가 단체와 심도 깊은 논의 필요"
2024.09.21 05:30 댓글쓰기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 현재 제도 하에서 좋은 약을 쓰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희귀질환 정의부터 진짜 전문가 단체랑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숫자 놀음으로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주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부가 금년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발표 이후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 현황을 살펴보고, 중증·희귀질환 환자 치료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증·희귀질환 신약 사용과 관련 건강보험 적용 확대, 정책 개선 필요성은 의료계를 비롯 산업계, 학계 등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실제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자체를 개발하기 어려운 데다가, 당장 보험 급여 등재도 쉽지 않기 때문에 초고가 약제에 따른 이들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증·희귀 질환 치료제, 신약에 대한 경제성평가생략제도의 확대 적용, 약제비 지출 구조에 대한 변화 등 제도적 변화 요구의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중증·희귀질환 별도 펀드 조성 등 필요···현(現) 제도 한계 시급히 극복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가장 최전선에서 만나는 의료 전문가로, 현(現)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 등을 적극 제시했다.


김진석 교수는 “제가 보는 환자 대부분이 희귀질환 환자”라며 “다발골수종 신환이 1년에 2000명, 하지만 현재 제도에서 좋은 약을 쓰는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희귀질환을 어떻게 정의할지, 극희귀질환인지, 대조군은 무엇인지, 경제성평가를 면제할지 등 전문가 집단과 논의가 절실하다”라며 “복지부가 단순히 숫자 놀음으로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장 전문가와 논의를 전제하면서, 희귀질환 신약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 희귀질환 별도 펀드 구축, 임상 접근성 확대, 처방량 많은 비급여 약(藥)의 급여 검토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건보 재정 아래 급여를 늘리면 제한적 재원에서 일반보험 보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중증·희귀질환 등을 별도로 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희귀질환 등 신약은 임상 3상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희귀질환 신약의 개발 단계부터 임상 시험을 많이 해야한다. 환자 입장에서 리스크보다 참여 자체가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또 환자 사정이 어렵지만 1년에 3~4억원에 달하는 비급여 약을 처방해야만 하는 상황들도 있다”면서 “비급여에도 처방량이 늘어나는 약은 국가가 급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규 건강보험정책 국장 “현장 요구 괴리 있지만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


토론 패널로 참여한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 국장은 “변명하자면 의사 집단행동 이후 일부 부서들이 흩어지다 보니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말씀주신 희귀질환자 정의, 경평면제 등에 있어 현장과 부딫힐 때가 있다”라며 “현장 요구와 괴리를 어떻게 메꿔야 할지 고민이 있지만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펀드의 경우 예컨대 20조원 펀드를 만든다고 하면 20조원이 금방 차는가”라며 “문제는 또 누굴 뺄지 결정해야 하고 갈등이 생긴다. 필요성은 있지만 운용이 어렵고 유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급의 경우 전체 건강보험에서 중증·희귀질환자 보장률이 70%를 넘는다. 보장률 70%를 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으며 이 수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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