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장암 검진에서 1차 검사를 기존 분변잠혈검사에서 대장내시경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가 암검진에 대장 내시경 도입 이후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과 전문의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이동필 변호사(의성법률사무소)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대장암 검진, 대장내시경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검진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의사 출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대장 내시경은 기존 1차 검사인 분변잠혈검사에 비해 대장암 조기 발견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 선호도와 만족도 또한 높다.
이날 함께 발표를 진행한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장에 따르면, 500명 대상 대장암 검진 방법 선호도 조사 결과 대장내시경 답변이 77%로 분별잠혈 23%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시범사업 성과도 좋았다. 2019~2022년 7월 진행된 1만9099건의 검사 결과, 폴립 발견은 1만1737건(61.5%), 대장암 발견은 71건(0.4%)에 달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 검사자 중 1만6067명(92.4%)가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대장내시경 부작용 및 합병증 발생 우려감 불식 필요"
하지만 대장내시경 부작용 및 합병증 발생에 대한 우려는 국가 검진화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했다.
이날 함께 발표한 강호석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대장내시경 위해(危害) 중 중대 합병증 발생률은 0~0.47%, 사망 발생률은 0~0.06%”이라며 “검진으로 얻는 이득이 위험성 대비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부작용 우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가 책임 보상’을 제안했다. 국가 암검진을 수행하는 의료진을 공무를 수탁받은 ‘공무수탁사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만큼, 공무집행에 준하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가배상법 2조1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건강검진 및 암검진 업무를 위탁받아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의료인은 ‘공무수탁사인으로 볼수 있다”며 “이에 따라 내시경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 없이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의료진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의료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한다면 손해배상을 한 국가나 지자체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의료행위가 일반 공무행위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실에 따른 처벌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법원 하급심 판결에서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를 보면 대부분 천공 이후 진단 및 조치 지연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한 경우였다”며 “다만 일부 판결에서는 대장 천공 자체를 업무상 과실로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의료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필연적으로 사람의 신체 손상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며 “만약 의사에게 결과책임을 모두 전가한다면 의료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