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갑작스런 대국민 담화 소식에 가졌던 기대감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 대통령은 종전 입장을 재차 부연하는게 전부였다.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퇴로가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던 의료계는 담화 직후 일제히 맹비난을 쏟아내며 공분했고, 여당에서도 실망과 개탄이 터져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의정갈등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혹평했다.
이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담화문이었다”며 “근본 해법이 아닌 2000명만 되풀이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협 비대위는 “반박 가치도 없는 담화였다”며 “그저 국민께 불편을 드리는 이 시간이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우 실망스럽다. 의료계와의 대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교수들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예정대로 환자안전과 의료진 건강을 위해 응급 및 중환자 등의 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축소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박 가치도 없는 담화”…의사들 허탈
與‧野, 비난 일색…“사태 해결 의지 없어”
마이동풍‧무능한 대통령 등 원색적 비판
최근 장기화 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에 우려를 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번 담화를 거세게 비난했다.
‘국민을 위한 대승적 재검토’라는 기대가 어긋나자 당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적인 대통령 탈당 요청까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국민 건강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숫자에 매몰돼서는 안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증원 숫자를 포함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국민들은 의사 증원에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시 마포구을 후보는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였다”며 “정치 지도자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게 최고의 책무”라고 일침했다.
이어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전했다.
야당들도 일제히 대통령 담화에 비난 논평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마이동풍(馬耳東風) 정권임을 확인시켜 줬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돼 있다”며 “이는 오히려 필수의료 해결이 아닌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SNS에 “지금은 또 누군가에게 총구를 돌리고 공격할 시기가 아니라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 했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아무런 반성 없이 의대증원 문제로 단기적 이익이나 모색하는 윤석열 대통령, 아무리 봐도 통치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안쓰럽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민심을 모르고 윽박지르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