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콩팥병 진료지침이 발표된 가운데 진료지침 적용 핵심 효과로 10년 후 당뇨병성 콩팥병증 환자 억제를 꼽았다.
핵심 전략 목표는 당뇨병 환자의 만성신장질환(CKD) 발병을 예방하고 당뇨병성 신장질환 진행 지연으로 설정했다.
"대한민국, 전 세계적으로 말기신장질환 발생률 가장 높은 국가에 포함"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말기신장질환(ESKD) 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모든 신규 사례 절반이 당뇨병에 기인하는 데 따라 진료지침을 발표하기에 이르게 됐다.
최근 정성진 가톨릭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대한내과학회지에 ‘2023 당뇨병성 신장질환 관리를 위한 실무적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정성진 교수는 “당뇨병은 상당한 치료 비용을 수반하는 만성신장질환 관련 사망의 중요한 측면을 나타낸다”며 “말기신장 질환의 엄청난 영향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구현하기 위한 강력한 계획을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침 마련에는 정성진 가톨릭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를 제1저자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제2저자), 대한신장학회 임상진료지침위원회(제3저자)가 공동 참여했다.
이번 당뇨병성 콩팥병 진료지침은 우리나라 질환 현황부터 소아청소년 당뇨병성 콩팥병 진단과 치료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망라했다.
앞서 대한신장학회(KSN)은 국내 만성신장질환 및 말기신장질환 관련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 콩팥건강증진계획 2033(Kidney Health Plan 2033, KHP2033)’을 발표한바 있다.
이번 지침 발표에 따라 전국 당뇨병 환자의 신장 관련 합병증 발병 지연이 기대된다.
대한신장학회 당뇨병성 콩팥병 진료지침은 총 9장에 총 99개 권고문을 수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당뇨병성 콩팥병과 말기콩팥병의 현황부터 시작해 당뇨병성 콩팥병 진단, 신장 전문의 협진 시기, 혈당감시 및 조절 목표, 비약물 치료, 약물치료, 포괄 치료, 합병증 관리, 투석 요법 그리고 소아청소년 당뇨병콩팥병 진단과 치료까지 모든 내용을 포함키 위한 의도다.
반면 국제신장학회의 2022년 가이드라인(Kidney Disease:-Improving Global Outcomes, KDIGO)은 만성콩팥병에서의 당뇨병 임상진료지침은 크게 5장(chapter)으로 구성돼 포괄 치료, 혈당 감시 및 목표, 생활습관 중재, 혈당강하 치료 및 환자 관리 접근법에 대해 13개 권장문(recommendation)과 52개 실천 요령(practice point)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KDIGO 임상진료지침은 만성콩팥병이 동반된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생활습관 교정, 자가관리 및 최우선 치료제 등의 내용으로 한정했다”며 “임상진료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만성콩팥병의 일반 평가 및 관리, 지질, 혈압 등에 대한 지침은 별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당뇨병성 콩팥병 당화혈색소 조절 목표 ‘7% 미만’
이번 당뇨병성 콩팥병 진료지침에서는 투석 전(前)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당화혈색소 목표를 7% 미만으로 하되 환자 특성에 맞춰 개별화토록 규정했다.
당뇨병이 동반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 목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결과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목표를 7.0% 미만으로 했을 때 비치명적 심근경색 발병률과 중등도 알부민뇨 발병 및 진행을 감소시켰지만, 근거 수준은 높지 않았다.
또 당화혈색소 목표를 6.5% 이하로 했을 때는 중등도 알부민뇨 및 말기콩팥병 발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사망률 면에서는 당화혈색소 목표를 6.0% 이하로 했을 때와 이보다 높은 당화혈색소 목표를 비교한 두 개 연구 결과를 보면 당화혈색소 목표를 더 낮게 하더라도 사망률 증가가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심혈관 위험이 높은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ACCORD) 연구에서는 낮은 당화혈색소 목표 참가자들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
따라서 혈당 조절이 불량하거나 반대로 너무 엄격한 경우 사망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당화혈색소를 어느 정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콩팥병 진행 억제에 다소 유리해 사망 위험은 낮추면서 동시에 콩팥병 진행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자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적합한 당화혈색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해당 근거들을 토대로 투석 전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당화혈색소 목표를 7% 미만으로 하되 환자 특성에 맞춰 개별화를 권고했다.
최신 치료제 ‘SGLT2억제제’ 등 권고
이번 진료지침에서 가장 큰 특징은 최근 만성콩팥병 치료제 주목을 받는 SGLT2억제제나 비스테로이드 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 등의 적응증과 기존 약물과의 병용요법이 권고됐다는 것이다.
이번 우리나라 당뇨병성 콩팥병 진료지침 이전에 KDIGO는 2020년에 KDIGO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diabetes management in chronic kidney disease를 발표한 바 있는데 유례없이 2년 만에 개정, 새롭게 발간했다.
이는 최근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치료법과 관련해 많은 연구 결과가 소개되면서 진료지침에 빨리 반영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개정판에서는 sodium-glucose cotransporter-2 (SGLT2) 억제제와 비스테로이드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nonsteroidal 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가 부각됐다.
특히 SGLT2억제제는 단순한 혈당강하치료제가 아닌 만성콩팥병이 동반된 환자에서의 포괄 치료제 개념으로 격상됐다.
비스테로이드무기질부신피질호르몬수용체길항제도 포괄 치료 전략에 새롭게 포함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KDIGO 임상진료지침 대상은 정확히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당뇨병 치료인데, 이는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 발생한 만성콩팥병 원인이 반드시 당뇨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기존 ‘당뇨병신장병증(diabetic nephropathy)’이라는 용어는 오랜기간 사용했다.
그러나 해당 용어가 임상 진단 용어인지 아니면 콩팥생검을 통한 병리 진단 용어인지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국제적으로 일치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추천된다.
정 교수는 “이번 진료지침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의 진료에 잘 적용된다면 임상에 미치는 효과는 서서히, 그렇지만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10년 후 예상되는 만성콩팥병 환자 증가를 억제하고 나아가 말기콩팥병 유병 환자를 감소시키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