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강경대응'…꼬여가는 SSRI
2011.10.21 21:55 댓글쓰기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처방 급여기준 철폐 논란과 관련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적극적인 회원 의견 수렴에 나서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타과 처방 기한 최대 1년' 단일화 방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해 SSRI 처방을 둘러싼 논란은 확대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21일 대구 인터불고엑스코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올바른 항우울제 사용을 위한 제도’ 공청회를 열고 SSRI 사안에 대한 강력 대응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의학회는 먼저 SSRI 처방권 논란이 진료과 이기주의라는 비난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김재민 교수는 “신경계 질환 환자들의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 해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이 동의와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정신질환에 맞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이를 처방권 싸움이나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경과, 논문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주장”

김재민 교수는 “신경과에서는 우울증을 '뇌졸중으로 인해 세로토닌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SSRI 장기처방을 주장하지만 이는 선행연구 중 일부만을 인용한 자기모순이며 원인과 치료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은 뇌졸중 그 자체에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사지마비, 사회관계 단절 등 상실감이 더 큰 원인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접근과 함께 사회적, 심리적 접근이 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민 교수는 여러 논문을 인용하며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 단독요법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신경과의 주장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부적절한 치료는 환자 재발률 높여 더 큰 고통 초래”

지정토론자로 나선 신경정신의학회 SSRI TFT 홍정완 위원(남원 성일병원) 역시 심평원의 자료를 근거로 신경과를 비롯한 타과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홍정완 위원은 “신경과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필요 이상으로 SSRI를 많이 처방하고 있으며 정신치료 추가비용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면서 “2008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정신과의 항우울제 처방은 타과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이 2008년 발표한 ‘우울병 환자의 의료이용 및 질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과는 평균 1.34개의 항우울제를 처방한 반면, 신경과는 1.4개, 정형외과는 1.42개를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위원은 이어 “타과에서는 비용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재발률이 높아 사회적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무엇이 진정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의 우울증 재발률 통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후 재발률은 26.4%였으며 신경과 치료 후 재발률은 34%, 내과 치료 후 재발률은 38.6%였다.

“SSRI 처방, 의료사고 분쟁 이어질 가능성 높아”

이날 공청회 말미 토론에서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외 SSRI 장기 처방이 자칫 의료사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객석에서 의견을 발표한 하와이대학교 의과대학 김성태 교수(전 삼성의료원 정신과 초대과장)는 의료소송이 잦은 미국의 예를 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성태 교수는 “미국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외 타 진료과에서 항우울제 처방에 매우 신중하다”면서 “항우울제를 사용했음에도 환자가 자살을 하거나,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 법적으로 의사의 과실 여부를 따지게 되는데 이 때 의사의 전문지식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즉, 정신질환은 약물만으로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라면서 “대형 로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소송이 머지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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