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의 면역 다양성을 밝힌 지도를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이 완성했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및 일본, 태국, 인도 등 아시아인 면역세포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로 연구 수행한 면역세포만 126만개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은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장이 이끄는 ‘아시아 면역 다양성아틀라스(AIDA, Asian Immune Diversity Atlas)’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셀(Cell, IF=45.6)’에 아시아인 면역세포 특징을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AIDA는 메타 창업자인 저커버그 부부가 설립한 챈 저커버그 재단(CZI, Chan Zuckerberg Initiative) 등을 포함해 여러 국가가 관심 갖고 지원한 사업이다.
단일세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유전적 요인이 질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면 궁극적으로 질환을 극복할 길도 열릴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인도, 태국, 싱가포르 거주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 등 5개국 7개 집단에서 건강한 619명의 혈액 속 면역 세포 126만 여 개를 ‘최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scRNA-seq)’을 이용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했다.
한국인, 면역세포 중 ‘조절 T세포 비율’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내에서도 한국인은 면역세포 중 ‘조절 T세포’ 비율이 가장 낮았다. 조절 T세포는 외부에서 세균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을 보호하려 생기는 면역반응을 관장한다.
이 세포가 부족하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발현돼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지며 원형탈모도 그 중 하나다. 모발세포를 적군으로 오인해 공격하려 할 때 제어하지 못해 생긴다.
T세포도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다. 면역세포인 T세포 자체가 적으면 면역항암제를 쓰더라도 치료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분석 대상이었던 B세포, NK세포 등 다른 주요 세포는 큰 차이 없이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인과 싱가포르 중국인에서 면역세포 구성이 전체 평균에 가까운 균형 상태였고, 싱가포르 말레이인은 B세포가 많이 관찰됐다. 인도계는 NK세포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태국인은 골수계 세포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와 인종에 따라 질환에 대한 접근법이 앞으로 달라져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가포르유전체연구소 부소장이자 AIDA 총괄 연구책임자인 샤얌 프라바카르 (Shyam Prabhakar) 박사는 “다음 연구 단계에서는 AIDA 자원을 더욱 확장하고, 더 많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유전체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정밀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웅양 소장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인종의 유전적 특성에 관한 핵심 정보를 밝힘으로써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만의 시각을 가질 기회를 얻었다”면서 “특히 미래의료 바탕이 될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웅양 소장은 2013년 설립한 삼성유전체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삼성서울병원의 유전체 연구를 이끌어 왔다. 2018년 지니너스 주식회사를 설립해 국내외 제약사를 대상으로 공간오믹스 정보를 활용한 신약개발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