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기미 '내과' 참담···지원자 '0명' 수두룩
후반기 전공의 충원 실패 병원들 한숨···'적정수가 안되면 더 힘들어'
2018.08.13 06:1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정숙경 기자] 잠시 반등의 기미를 보였던 내과가 또 다시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10일 마감한 2018년도 후반기 전공의 모집결과, 상당 수의 수련병원에서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고개를 떨구게 됐다.


이미 전반기에 발생한 빈 자리에 이번에도 아무도 발길을 들이지 않아 관계 기관과 남아있는 인력들의 압박갑은 배로 커졌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 모집 현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정원 1명, 지원 1명), 건국대병원(정원 1명, 지원 1명), 국립암센터(정원 2명, 지원 2명), 서울아산병원(정원 1명, 지원 2명), 세브란스병원(정원 3명, 지원 5명), 원자력병원(정원 1명, 지원 1명), 일산백병원(정원 1명, 지원 1명), 강남성심병원(정원 1명, 지원 1명) 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반면, 가톨릭의료원은 내과 6명 정원에 3명이 지원했고, 강원대병원도 3명 정원에 2명, 고려대의료원 2명 정원에 1명 지원, 동의의료원 2명 정원에 1명 지원으로 녹록치 않은 현실을 체감해야 했다.   
 
예상대로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병원들이 상당 수 발생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지방 A중소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대감을 갖고 지원자들이 문을 두드리길 기다렸으나 아무도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내과 지원자 '제로' 줄줄줄


그야말로 ‘0’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공의들의 내과 기피 현상은 더욱 크게 와 닿고 있다.
 

경희의료원, 강릉아산병원, 길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강병원, 동국대경주병원, 동아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원주기독병원, 영남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산본병원, 을지대병원, 조선대병원, 분당차병원, 충북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한일병원 등 내과에는 단 한명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문제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로 생명의 근간을 이뤄왔던 진료과들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 심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B대학병원 수련교육부장은 "정부의 급여화 정책은 '내외산소'를 더 기피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전공의들도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의사의 소명을 강조하고 호소해도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도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주는 듯 하다"며 "적정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 출구를 찾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기과목과는 달리 힘들게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따도 취직조차 불투명하다면 어떠한 선택을 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내외산소 근간 무너지나" 우려 고조···“기본 진찰료 등 저수가 답답”

내과의 위기는 사실 수 년 전부터 예고됐다. 도미노 현상처럼 일부 병원에서는 집단 업무 거부를 선언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치닫기도 했다.


실제 건국대병원과 삼성창원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전공의들이 ‘파업’을 선언하거나 집단 반발하는 등 악화일로의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기본이 사라지면 결국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결국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이번 전공의 모집까지 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한 두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이어 의학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전국적 문제”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당분간 내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기본 진찰료를 비롯해 수가 자체가 너무 낮다 보니 내과 숨통이 트일 리 만무하다”며 “내과 진료 영역 역시 타 과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언제 또 이 같은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고재우·정숙경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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