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전공의협회(이하 대전협)가 현재 이원화된 수련 관련 평가구조를 일원화하고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29일 ‘수련 관련 평가가구조 인식과 문제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원화된 수련환경평가 필요성을 피력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국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0.8%는 “현행 수련 관련 평가가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두가지 평가를 일원화하는 방안에는 93.3%가 찬성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련 관련 평가는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와 해당 전문과목학회에서 시행하는 ‘수련실태조사’로 이원화돼 있다.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다.
전공의법 제14조 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수련병원 및 수련 전문과목의 지정기준 유지 여부, 수련규칙 이행 여부, 폭행 등 예방 및 대응지침의 준수 여부,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제공 여부 등 수련환경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수련환경평가는 현지평가와 서류평가로 나뉘며, 현지평가는 매년 6월 셋째 주부터 6주간, 서류평가는 매년 8월 둘째 주부터 2주간 시행을 원칙으로 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평가의 항목 대다수가 중복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평가를 준비하는 전공의들은 수련시간을 쪼개어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24명 중 91.96%가 ‘수련 관련 평가 준비가 수련에 방해가 됐다’라고 응답했다. 방해 요인으로는 서류 준비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84.38%), 준비로 인한 상사 압박(59.82%), 초과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59.3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가 준비에 24시간 이상 소요됐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으며(47.18%), 초과 근무를 했다고 답한 비율도 3명 중 1명(33.48%)에 달했다. 평가 준비에 1주일 이상이라고 답한 전공의도 다수였고 심지어 1달 이상 준비하는 전공의도 확인됐다.
수련 관련 평가가 두 종류로 운영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 301명 중 42.52%가 2019년 수련 관련 평가가 두 가지인 것을 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수련환경평가’와 ‘수련실태조사’의 평가항목 차이를 알지 못하겠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76.34%나 됐다.
평가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평가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9.64%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 ‘지나치게 높은 목표’, ‘대형병원 위주의 서류 준비’, ‘실질적인 수련환경에 대한 의견 반영 어려움’ 등이 언급됐다.
전공의 A씨는 “각종 서식이나 자료, 통계 등을 온라인으로 일원화, 단순화해서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줄어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B씨는 “전공의법이나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평가,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실제 수련환경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전공의 C씨는 “수련환경 평가를 하는데, 이를 피교육자 신분인 전공의가 준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교육자인 교수 평가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전공의가 익명으로 평가를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설문 결과에 대해 “전공의법이 시행됐음에도 기존의 이원화된 평가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이 대부분 평가를 준비하다 보니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반 비용을 지원하고, 학회는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련환경평가와 학회별 평가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자원 소모, 비효율의 문제 등을 줄이고 교육수련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