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고 튀는 환자들…미수금 골머리 병원들
응급실 새벽 도주에 장기입원 진료비 늘자 의료사고라며 버티고…
2012.04.17 11:43 댓글쓰기

"병원이 자기 집인양 생각하며 눌러앉는 환자도 있어"

지난 1월 4일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환자가 서울 소재 S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예진결과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돼 입원을 결정했다. 그런데 기초생활 수급자인 환자가 1인실을 요구해 왔다. 병원측은 “1인실은 실차가 커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4인실을 추천했지만, 환자는 자신이 여러 개인 보험에 가입돼 있어 치료비는 걱정이 없으며, 서류상 기초생활수급자이지 프랑스에서 생활하다 온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측은 미심쩍었지만 환자가 원하니 어쩔 수 없이 1인실을 내줬다. 그 후에도 입원비 중간정산 날짜까지 확정해주며 병원측을 안심시켰다. 그 후 이 환자는 갑상선과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더 진행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주일이 지난 1월 10일 환자가 퇴원을 앞두고 사라졌다. 병원비를 내지 않고 도주한 것이다. 현재 해당 병원측은 법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이 40대 여성은 서울 E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1인실에 입원했다 도주한 사실이 조사과정에서 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 B병원 응급실로 40대 남성이 복통을 호소하고 들어왔다. 이 남성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실려와 응급 검사와 처방, 처치 등의 치료를 받던 중 새벽 5시 경 사라졌다. 병원은 처음 도주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1시간이 지난 뒤 이를 발견하고 환자의 신원조회와 소재지 파악에 나섰다.


한 S대학병원 응급실로 중국인 여자환자가 뇌출혈로 입원했다. 당시 환자는 정신을 잃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환자는 뇌출혈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만 15일, 총 2개월 간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이 환자의 경우 외국인이어서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수술비와 입원비가 2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국인 환자는 외국 노동자로 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됐다. 해당 병원은 중국의 가족들에게 치료비 요청을 했지만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 병원측은 중국대사관으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중국대사관측도 그 환자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만 제공할 수 있고 치료비는 지불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처럼 응급실로 들어와 치료받고 새벽에 도주하는 환자, 장기 입원으로 인한 높은 의료비 발생에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버티는 환자, 기거할 곳 없이 병원을 내 집같이 생각하는 기거형 환자 등 대형병원들은 의료미수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행정상의 문제나 도의적인 책임감 때문에 강제퇴원을 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재판에서 패소해도 환자는 ‘배째라~’
지난해 12월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진료비를 내지 않고 7년 넘게 K학원 S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환자(김 모씨)에게 진료비 지급과 퇴거명령을 내렸지만 현재까지도 환자는 퇴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씨의 치료 및 간병인 고용과 관련해 피고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정황을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진료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피고 김 씨와 피고 연대보증인 권 씨는 미지급 진료비 및 간병비, 그에 따른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환자는 특별히 기거할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을 내 집처럼 생각하는 장기입원환자나 치료비를 내지 않고 퇴원한 환자 등 각 병원의 미수금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1천억 원대까지 올라간 대학병원 미수금
실제 데일리메디가 주요 사립대병원 미수금(각 학교가 공시한 결산보고서)을 취합한 결과,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대가 넘는 의료기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건강보험,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산재미수급 포함)


연세대학교의료원(원주포함)의 미수금이 1437억5799만6667원으로 최고치였으며, 고려대학교의료원의 531억1221만895원으로 뒤를 이었다.


건양대학교병원은 미수금이 204억8035만9765원으로 이는 전년도(2009년) 194억3118만571원보다 12억4339만1000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한해 10억원이 넘는 의료미수금이 발생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의 경우는 237억3365만9129원이다. 이중 재원 미수금이 36억7379만764원이고, 퇴원미수금이 114억8565만8210원, 헌혈미수금 95만7290원, 외래미수금 83억9702만6316원이다. 이밖에도 개인미수납미수금과 기타의료미수금이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재원미수금 35억9443만4099원에 퇴원미수금(58억3509만8746원), 외래미수금(57억1861만7913원), 기타의료미수금(11억247만1800원)을 합해 총 162억5062만2558원이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은 162억9924만5665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321억6384만5466원 ▲단국대부속병원 224억7663만7919원▲영남대병원 220억2722만700원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이화의료원은 222억3460만8795원 ▲인제대부속병원 759억7173만9938원 ▲인하대병원 231억9829억4167원 ▲원광대병원 157억15만8268원 ▲조선대병원 162억2604만2661원 ▲한림대부속병원 82억5151만9997원 등이다.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은 미수금이 95억8883만3671원이지만 전년도 97억1146만7761원에 비해 1억2263만4090원이 감소했다.


건국대학교병원도 2009년 9억8709만701원에서 9억2494만7988원으로 줄었다. 아주대병원이 385억8356만4175원에서 368억5722만2269원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 수치는 병원의 회기가 2월말에 종료됨에 따라 현재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어 2010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응급 대불제도 심사기준 완화 등 실효성 제도 마련 시급
이처럼 병원들은 거액의 의료미수금이 누적돼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지만 명쾌한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렇게 발생되는 의료미수금에 대한 대불제도가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말이다.


S대병원 미수팀 관계자는 “의료미수환자가 생기면 소재지 파악을 하는데 대부분이 허위주소이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면서 “채권, 송달, 내용증명까지 하면 보통 2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해도 못 받는 경우 대불제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로 적용 받을 수 있는 케이스는 없다”며 “대불제도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환자의 자필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도주할지 알아서 서명을 받아 두겠냐.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대불제도의 심사조건을 완화시켜주고 요양병원 정보마당 같은 곳에서 환자의 도주 이력이 있는지 조회가 되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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