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역할론을 인정하는 이도 없다. 더 이상은 무리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투쟁에 들어간다.

 

대한민국 의료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늘 정책적 홀대를 받아왔던 중소병원들의 조짐이 심상찮다. 단단히 벼르고 일을 낼 기세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병원들의 생존을 위해 향후 모든 회무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백 회장은 중소병원 살리기 일환으로 ‘유형별 수가계약’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병원 규모나 유형에 따라 별도의 수가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동안 상위단체인 대한병원협회가 병원계 유형 세분화를 금기시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도발에 가깝지만 그만큼 중소병원들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백성길 회장은 “잘 나가는 대형병원들과 동일한 수가를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중소병원들의 현실을 감안한 수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형별 계약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중소병원 살리기의 또 다른 전략은 법인화다. 협회의 힘을 키우는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정책 추진시 카운터파트너의 입지를 확보해야 중소병원들의 실상을 알리고 합당한 정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병협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법인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상위단체인 대한병원협회의 동의도 얻을 예정이다.

 

백성길 회장은 “이미 국회와 보건복지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상태”라며 “법정단체로의 위상 강화는 중소병원 살리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중소병원’의 개념 재정립을 추진한다. 현재 ‘300병상 미만, 직원수 300명 미만’으로 통용되고 있는 개념을 ‘500병상, 500명 미만’으로 기준을 재설정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의료 양극화와 직역 세분화로 인해 결속력이 무뎌진 현실을 인정, 앞으로 보다 많은 회원병원 아우르기라는 설명이다.

 

백 회장은 “비대학병원이면서 5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들은 중소병원으로 봐야 한다”며 “이 범주에 속한 병원들 상당수가 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중소병협은 새정부 인수위원회에도 중소병원들의 고충과 함께 △간호등급 차등제 개선 △대도시 병상 신증설 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공익사업 인정 △환자식대 현실화 등을 건의했다.

 

백성길 회장은 “새정부의 지향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인 만큼 병원계도 중소병원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협회의 모든 회무는 중소병원 살리기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