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월 10일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에 총6만9923명 중 4만1571명이 참여해 59.45%(27일 오전 10시 기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병의원들이 ‘진료 거부’를 선택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마감 임박…결과 해석 두고 우려감 곳곳서
하지만 곳곳에서 ‘투표결과 해석의 함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파업을 찬성하고 반드시 파업에 참여하는 군’ vs ‘파업은 찬성하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군’의 투표에서 후자의 경우에는 사실상 거품이기 때문이다.
서초구의사회 관계자는 “이렇게 노환규 회장과 협상단이 회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용지에는 파업을 찬성한다 해놓고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면 의정협의체 결과물을 전면 부인하면서까지 공언한 파업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학병원 교수나 봉직의, 전공의들은 진료 중단이 쉽지 않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여론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악구의사회 한 관계자도 “투표율이 과반을 넘고 나면 이제 파업 결정 직전과 직후가 관건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파업에 찬성표는 던졌지만 실제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이 속출할 경우”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만약 파업 반대보다 찬성이 많아 다음달 10일 곧장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을 때 실제로 ‘문을 닫는’ 의사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토요휴무 투쟁의 선례 때문이다.
그는 “사실상 어렵겠지만 이 같은 성격의 투표를 실명으로 해야하는 이유는 파업을 찬성한다고 하면 적극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파업에 들어갔는데 실제 참여율과 갭이 크다면 정부는 또 한 번 의료계를 불신의 눈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의사회 관계자는 “파업이 가결돼도 문제, 부결돼도 고민이다. 애초부터 이번 투표는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냐, 안받아들이냐를 묻는 형식으로 진행돼야 했다고 본다”면서 “여러모로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노환규 회장과 협상단의 마찰음은 비단 내부 진통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표 결과 및 이후의 행보, 무엇보다 그 동안 의료계의 노력조차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요구안과 의발협 협의안, 도대체 차이가 뭐냐"
그 가운데 의협이 지난 26일 ‘2014년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대정부 투쟁 관련 입장 및 대정부 요구사항’을 공개했지만 의료발전협의회의 협의 내용과 어떠한 차이가 있냐는 지적이 제기돼 불협화음 기류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의협이 이날 발표한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한 의협의 입장 및 요구를 보면 ‘입법 후 시범사업 불가’, ‘선(先) 시범사업 평가 후 재논의’라고 명시돼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에는 원격진료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분야를 제외한 후 보건의료발전특별법을 공동 추진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환규 회장이 이날 상임이사회 이후 내놓은 ‘의협 대정부 요구안’에 대해 협상단장이었던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도대체 의발협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협상단 내에서도 달라진 게 뭐가 있냐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오히려 의발협에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사항들이 적지 않다”며 “대회원용 설명자료에 명시돼 있다. 마치 의발협 협의문의 ‘제목’만 본 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 회장은 “노 회장은 대회원용 설명 자료를 평가절하하며 협상단의 협의 결과 전면을 부인했다”며 “협상단이 내린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으면서까지 내 놓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 및 대정부 요구안’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협상단 간사였던 이용진 부회장도 “당초 의제 선정을 하면서 의사들의 전문성, 자율성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 등을 기본 골격으로 했다”면서 “구체화될 때 의료 정책, 건강보험정책, 사회적 합의 등으로 구분됐지만 뼈대는 그랬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의협이 기본적으로 제안했던 내용 등을 의발협 협의 당시 확대해서 요구사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노환규 회장과 협상단 간 의견 차가 여전해 언제든 갈등 폭발 가능성을 안고 투표 개표를 앞둘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