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 부상 '적정수가' 논의 구체화되나
보건노조 요구 이어 진영 복지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필요성' 인정
2013.04.17 20:00 댓글쓰기

[분석]최근 보건의료계에 적정수가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의사단체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게 아니라 노조와 정책 결정권자가 언급해 주목할 만하다.

 

적정수가를 수면위로 끌어 올린 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자조합이다. 보건노조는 지난 15일 진주의료원 로비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건강보험 수가 개선을 포함한 보건의료정책 개선안을 확정했다.

 

노조가 수가 개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노 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에 "보건노조가 적정수가와 적정진료 등 의료수가 개선을 요구했다"며 "그 진정성을 믿는다. 다 함께 머리를 맞대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입에서 적정수가 용어가 수차례 나왔다. 군불을 땐 것은 오제세 복지위 위원장(민주통합당)이다.

 

오 위원장은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수가를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 질 좋고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적정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큰 틀에서 수가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답하면서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 시기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진 장관은 "수가를 인상하려면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 입에서 적정수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지만, 원론적인 답변이 그쳐 정책적 검토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의료제도 전반 점검하는 대수술 불가피


적정수가의 개념은 모호하다. 가입자와 공급자가 보는 해석의 범위도 다르다. 의협 등 공급자는 현행 의료수가가 매우 낮아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환자의 불만을 사는 30초 진료는 저수가가 원인이므로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수가체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저변에 의료기관 경영을 염두에 둔 것도 사실이다.

 

가입자는 서비스 개선과 공공의료 개념에서 적정수가를 접근하고 있다. 보건노조가 적정수가를 언급한 배경에는 진주의료원이 있다. 공공 의료기관이 폐업에 내몰린 건 의료수가가 낮다는 문제의식이다.

 

나영명 보건노조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사태가 터지면서 적극 논의하게 됐다"며 "건강보험 적정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사회적인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가가 낮다는 공감은 이뤘으나, 그 원인과 해법에는 상당한 인식차가 존재한다. 앞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된다면 진통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의협은 보건노조의 수가 개선 요구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최근 보건노조 집행부와 진주의료원을 함께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눈 게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한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놀랍게도 수가가 낮아 적정수가가 돼야 한다는 데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작년부터 저수가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고, 많은 인식 변화가 이뤄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송 대변인은 "의료제도 전반에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다양한 공감이 형성된 것 같다. 밥그룻 싸움이 아니라 올바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각론에서 입장이 다를 수 있으나 의료계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최대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정수가 도출은 단순히 좋은 의료서비스와 공공병원 경영 개선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의료제도 전반을 뜯어고치는 대작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보험료 인상 여부와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파생되는 의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적정수가는 의료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논의가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진주의료원 사태가 촉매제가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험료 인상과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후속 논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매우 큰 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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