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포괄수가제(DRG) 시행에 따라 ‘백내장 수술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던 안과의사들이 이후 백내장 수가 회복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대한안과의사회에 따르면 백내장 DRG 수가회복을 위해 대한안과학회, 대한백내장굴절수술학회가 공동으로 ‘백내장수술 원가계산에 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이번 연구는 정확한 원가 조사를 토대로 적정 수가 및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엄선한 끝에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이 담당하게 됐다.
연구는 작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결과가 나오기 어려워졌다. 연구의 기본이 되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원의들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안과의사회는 18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백내장 수술을 행하고 있는 의사는 9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설문 조사표를 보내온 병의원은 15곳에 불과했다.
도착된 설문 15개 중 6개는 의사회 집행부가 작성한 것이며, 이마저도 사용 가능한 것은 12개 뿐이다. 최소 100곳 이상의 현황이 집계되야 하는 연구인 만큼 안과의사회는 부랴부랴 오는 6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앞서 안과의사회는 DRG 강제적용 저지 결의대회에 이어 임시총회를 열어 ‘백내장 수술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노환규 의협회장의 설득으로 철회했지만 임총에 참석한 안과개원의는 325명이나 됐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DRG 시행을 앞두고 항의, 투쟁했던 의사들이 시행 6개월 이상 지나면서 수긍하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안과 개원의는 “연구하겠다는 곳이 없어 선정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이번 연구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DRG 수가인하가 시행됐다고 자포자기해선 안된다”고 독려했다.
안과의사회는 개원의들이 최소 몇 시간이 소요될 만큼 복잡한 원가계산 조사표 작성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병원수입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도 꺼리는 부분이다.
실제 연구를 위해서는 백내장 원가 계산 조사표를 안과병의원에서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사, 보조인력 등의 직종별 인건비, 업무량 및 연간건수, 관련 진료비용, 수술재료/약제비용 및 검사비용, 수술기자재 보유 현황, 간접비용까지 포함한다.
게다가 외래/입원 수익, 기타의료수익, 백내장수술 수익 등 병의원의 의료수익도 총괄해 보고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과의사회 김대근 회장은 “바쁜 개원의들이 어렵게 만들어진 표 작성에 엄두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유출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문 내용을 개선하고 홍보를 통한 오해 불식에 나서고 있는 만큼 참여 병의원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연구는 차질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