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피로 누적에 정신건강 황폐화···'9월 총파업'
보건의료노조 '내년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 지원 수당 3000억' 촉구
2021.08.05 05: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 대응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진 ‘번아웃’이 심각하고 간호사들 퇴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의료진 정신건강과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전반적인 상황 개선을 요구하면서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3일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보건의료노동자들 평가와 대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진행했으며, 금년 3월 12일부터 한 달 간 4만3058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의료진의 70.6%가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며 한계를 호소했다. 
 
비슷한 시기인 금년 3월 경기연구원이 전국 일반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5.8%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우울하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이에 의료진이 느끼는 재난에 따른 사회·정신적 불안이 일반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의료진 본인에게 끼치는 유해함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에 대한 우려’는 응답자의 약 90%가 가진 고민이었고, ‘사고성 질환’ 및 ‘정신질환’ 등에 대한 우려도 각각 60%를 상회했다. 응답자의 78.7%는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 사무처 관계자는 “매년 80%가 넘는 정기조사 참가자들이 평소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느끼고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조건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당연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전담병원 대응체계 미흡,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하고 2조6778억 편성" 요구 
 
정부·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전담병원과 비전담병원 소속 의료진의 평가 결과도 눈길을 끈다.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의 70.9%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비전담병원 소속 의료진의 긍정적 평가는 63%에 그쳤다.   
 
모든 체계를 개편해 대응에 투입한 전담병원보다 비전담병원 현장이 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소속 기관에 대한 평가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예방대응 항목인 ‘보호구 지급’에서는 전담병원 75%, 비전담병원 소속은 66% 등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매뉴얼 구비 등 사전 준비’ 항목에서도 긍정 평가 비율은 전담병원 70.2%, 비전담병원 60% 등 이었으며 ‘확진자 발생 시 관리·조치 역량’은 전담병원 70.7%, 비전담병원 62% 등으로 집계됐다. 
 
보건의료노조 정책국 관계자는 “전담병원은 일반 환자소개와 전담병상 확보 및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에만 혼란이 있었다”며 “비전담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코호트 격리· 추후 민간병원의 전담병동 참여 등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체계와 지침이 변동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마다 현장 의료진들에게도 유연한 대응이 요구됐다”며 “고도로 훈련되고 준비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조는 “감염병 대응인력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의료인력을 충원하라”고 주장하며 오는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7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 지원수당 3000억원, 공공병원 신축 비용 2조2320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6778억원을 편성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 재난이 왔을 때도 의료진의 육체와 정신을 제물로 삼아 사회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예산으로 분명히 의지를 보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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