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단일기관 세계 최대 '디지털병리' 도입
年 90만장 슬라이드 디지털화···빅5 의료기관들 전환 본격화
2022.01.18 12: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아산병원 동관 4층 병리 판독실. 판독 의사들 앞에 놓인 32인치 모니터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검체 슬라이드 영상이 4K 화질로 선명히 나타난다. 가볍게 마우스를 조작하자 광학 현미경의 최대 배율인 400배를 훌쩍 넘어 1000배까지 영상이 확대된다. 판독 의사들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모니터에 면역 슬라이드, 염색 슬라이드 등 여러 가지 슬라이드를 동시에 띄워 비교하기도 하고, 동료 의사들과 함께 각자의 모니터를 보며 판독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100% 도입된 후 나타난 새로운 풍경이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해 그동안 대형병원들도 쉽사리 도입하지 못했던 ‘디지털 병리’가 빅5 병원을 중심으로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검체 슬라이드의 정리부터 분류, 진단, 저장, 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올해부터 전면 도입 및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2020년 이상도 前병원장이 디지털 병리 도입을 선언한지 2년 만이다.
 
병원은 디지털 병리로의 원활한 전환을 위해 검체 슬라이드를 디지털로 변환할 11대의 고성능 스캐너와 판독 뷰어 서버, 그리고 10기가바이트의 독립 망을 설치했다.
 
병원에 따르면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병리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과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연동해 암 통합진료 등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병리 영상을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암 환자 40만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체 정보와 검사, 수술, 약제 등 환자 개인별 임상 정보를 통합적으로 시각화하는 정밀의료 통합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병리 시스템으로 누적된 방대한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의료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장세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병리진단은 질병 치료와 예후를 결정짓는 만큼 정확도와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디지털 병리시스템은 병리진단 과정을 고도화해서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맞춤형 치료의 핵심은 병리, 영상, 임상, 유전자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디지털병리 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통합 플랫폼과 선진적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을 결합하면 환자 맞춤형 초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삼성서울‧서울대병원 도입…“병리과 발전 발판‘
 
이전까지는 임상 병리사가 검체 슬라이드를 준비하고 분류 작업을 거쳐 병리 판독 의사들에게 전달하면, 판독 의사는 검체 슬라이드를 고배율 광학현미경으로 판독하고 판독이 끝난 슬라이드를 저장고에 옮기는 방식으로 병리진단이 이뤄졌다.
 
반면 디지털 병리는 물리적인 분류와 전달 작업 없이 검체 슬라이드를 디지털 스캐너에 넣으면 스캔 영상이 판독 의사의 모니터로 자동 분류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슬라이드가 물리적으로 이동하고 보관되는 과정에서 슬라이드가 바뀌거나 분실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판독 의사 입장에서는 고화질 모니터에서 보이는 병리 영상이 광학 현미경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선명하고 저배율부터 고배율까지 마우스로 간편히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판독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판독 의사들이 병리 영상을 실시간으로 함께 보며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병리의 전면 도입은 어려운 실정이었다. 고가의 장비 및 저장서버를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체 행위수가도 없어, 병원 입장에선 비용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빅5 병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병리로의 전환이 부쩍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9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도입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현재 대부분 현장에 디지털 병리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도 또한 일부 진료현장에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형제병원인 용인세브란스병원 또한 현재 디지털병리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 중이다.
 
병리학회는 이 같은 대형병원들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에 환영을 표하는 모습이다. 미래 의료현장에서 병리전문 의사들의 역할이 확대되기 위해선 디지털 병리가 발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연수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의료현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인공지능(AI)이 병리영역에 도입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병리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병리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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