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전(前) 회장이 쓴 글이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 새로운 갈등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가 글을 쓰게 된 경위를 담은 입장문도 밝혔지만 의구심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바른의사연구소는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고발된 최모씨 입장문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년 12월 22일 대법원은 기존 원심을 깨고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다음날 최 전 회장은 인터넷에 대법원 판례 해석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연구관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바른연구소는 이는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의혹을 제기, 12월 29일 당사자들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최 전 회장은 다음날 SNS를 통해 "대법원 판결문을 직접 보고 애매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진단용 의료기기 판단기준이 치료용 의료기기에도 해당하는지 해석상 모호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을 알고 싶었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어 "판결문과 함께 배포된 보도자료 상단에 공보연구관실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했다"며 "문의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글로 정리했고, 동료 한의사들에게 알린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도자료에 적힌 공식 문의처로 전화하고 답을 얻는 과정이 어떤 부분에서 '공동정범'이라고 불릴 만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사단체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분풀이용으로 저와 법원을 비난 대상으로 삼고 마녀사냥하고 싶어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닌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최 전 회장 입장문이 범죄 의혹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3가지 근거를 들며 반박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23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선 '재판연구관과 직접 통화했다'고 했지만, 30일 입장문에선 공보연구관실 전화번호로 전화해 '담당자와 통화했다'고 했다"면서 "다른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동일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대중을 기망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공보연구관실의 다른 전화번호라도 알아보기 위해 법원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그 담당자로부터 공보연구관실은 언론 및 기자만 응대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 씨는 당시에 언론이나 기자를 사칭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더욱이 그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에는 단순히 판결에 대한 홍보가 아닌 판결이 담고 있는 함의와 이에 대한 대법관들 문제의식, 그리고 이후 판결까지 예측하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는 일반적인 공보담당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에, 재판연구관과 어떤 경로로 소통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최 전 회장이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통화과정 중 불법행위 가능성과 그 내용 공개가 핵심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최 전 회장이 인터넷에 자신이 쓴 글을 삭제한 것은 증거 인멸로 의심되는 행동으로 공무상 비밀을 외부에 공개한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란 게 연구소측 설명이다.
만약 본인이 떳떳하다면 통화 관련 기록과 통화 내용 등을 모두 낱낱이 공개해 의혹을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연구소는 "최씨는 스스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공동정범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입장문에는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항변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몰래 삭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및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공무상비밀누설죄를 비롯해 추가적인 불법 정황이 있다면 밝혀내야 한다"며 "만약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대한민국 사법체계 투명성을 저해하는 이 같은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