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 국회 통과가 임박해 의료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지역의사제'가 재부상,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의사 정원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 및 의사면허 취소 조건을 전제한다는 측면과 함께 반대 의견이 담긴 국민청원과 병합심사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달 18일 제1차 청원심사소위를 열고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을 심사, 의결했다.
청원심사소위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과 함께 이에 배치되는 해당 청원의 병합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추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서 논의한 후 법안소위에 회부키로 했다.
지난 2020년 8월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제·개정 반대 및 한의대 정원을 이용한 의사 확충 재고에 관한 청원'은 5일 만에 10만명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청원인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과 한의계 국회 간담회에서 제기된 한의대 정원 활용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 의대생 지원·10년 의무복무 위반 시 '면허 취소'
앞서 김원이 의원은 '지역의사 양성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총 2건을 대표발의했는데, 이들 법안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을 지원하고 면허 취득 후 10년 간 의무복무하는 게 골자다.
의사면허 취소 조건도 명시됐다. 10년 간 특정 지역 내 의무 복무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되 위반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복무하지 않은 잔여기간 동안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강경 조치도 마련키로 했다.
당시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 종사토록 하는 '지역의사법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의사를 의료취약지에 보내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지 말고, 시골에 공공의료원을 세우고 그곳에 의사가 채용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고심해달라"고 촉구했다.
단순 의사 수 증원되면 도시 쏠림 심화···임준 교수 "의료계 수용성 문제 커"
이어 청원인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어나면 시골 의무 복무가 끝난 36세 여성의사, 39세 남성의사는 시골을 등지고 도시로 몰리고 이로 인해 도시 의사 수가 폭증한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의대 학생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해 의사를 늘리자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현대의학 실습을 하지 않고 의학교과서 몇줄 읽은 한의대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으면, 환자를 상대로 얼마나 무책임한 의료행위를 할지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최근 공공의대 설립·기존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의사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된바 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창원 의과대학 설립 국회토론회'에서 여러 의사 확충 방안을 평가하면서 "前 정부가 추진하던 지역의사제는 의무 복무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인데 '면허를 건다'는 발상 자체가 의료계 수용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출신이자 의대 교수로도 재직했던 그는 "근본적으로 한 학교에서 같은 의사를 키우는데 투 트랙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낙인이 발생하고 교육 질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