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이슬비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총파업 첫날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병원계는 비교적 평온했다.
일부 병원에서 지난 12일 늦은 시간까지 원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노조가 회동해 파업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고 협상을 이어가는 등 진료 차질 최소화에 주력한 결과다.
13일 오전 기준 보건의료노조 소속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에서 필수유지 부서 인력을 제외한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 중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완료한 127개 지부 145개 기관에서 5곳이 파업 계획을 철회하면서 참여기관이 줄었다. 다만 이는 청소·보안·경비 등 용역업체 사업장으로, 병원은 변동이 없다.
특성별로는 ▲고대의료원·경희의료원·아주대의료원·이화의료원·한림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 등 20개 사립대병원지부(28개 사업장)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7개 국립대병원지부(12개 사업장)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12개 사업장) 등이다.
▲적십자혈액원·적십자병원·검사센터 등 26개 대한적십자사지부(26개 사업장) ▲경기도의료원·부산의료원·인천의료원·홍성의료원 등 26개 지방의료원지부(26개 사업장) ▲부평세림병원·광주기독병원·정읍아산병원 등 19개 민간중소병원지부(19개 사업장) ▲6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6개 사업장)와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6개 비정규직지부(11개 사업장) 등에서 파업이 진행된다.
파업 영향 최소화, 노사 회동···국립암센터 수술예약 재개
국립암센터는 서홍관 원장이 직접 나서 노조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 13~14일 이틀 간 100회로 예상되던 수술을 전체 취소해 암환자들의 우려감을 키웠다.
그러나 위중한 암환자들이 있는 특성상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로 노사가 뜻을 모으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점차 풀리는 모습이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노조 측이 먼저 파업 인력 최소화 방침을 전했고, 오전 예정된 출정식도 취소했다”라며 “13일 아침부터 수술예약을 다시 잡고 있다”고 전했다.
동국대병원도 지난 12일 저녁 경영진과 노조가 만나 진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요구안에 대해 조정해 나가기로 협의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부 간부들이 총파업 집회에 참가하느라 빈 자리가 있지만 진료는 모두 정상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고대·이대·강동경희대 등 일부 조합원만 참여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은 별다른 차질 없이 진료나 수술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예약된 진료 등은 취소되지 않고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의료공백이 최소화 되도록 준비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총파업 참여 인원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대략 300명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의료원 또한 파업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는 이미 입원과 진료 등이 정상 운영된다고 공지했다”며 “현재 파업 참여율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의 협상은 물밑에서 계속 진행 중”이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해뒀지만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최상”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의료원은 노조 간부 중심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간부 위주로 참여해 입원이나 외래에 문제는 없다”며 “필수의료 역시 잘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양산부산대병원·부산대병원은 10일부터 12일까지 입원환자를 지역 협력병원들로 전원하거나 퇴원시키고 의료사고 위험 등 진료 차질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부산대병원의 협력병원인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입원환자 전원 문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파업과 관계없이 진료 가능한 사례가 아니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으로 평소보다 대기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입원과 외래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오는 14일에는 서울·세종·부산·광주 등 4개 지역에서 산별총파업대회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