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법원은 초음파 기기 사용에 따른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2심 재판부로 사건을 환송했다. 이는 지난 2013년 다른 한의사가 제기한 헌법재판소 판결과 상반되는 새 판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도 불법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주며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의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반면 의료계는 연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고 재판관까지 고발했다. 초음파 전문 의사들이 모인 한국초음파학회를 이끌고 있는 박근태 이사장(대한내과의사회 회장) 역시 이번 판결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편집자주]
한국초음파학회 박근태 이사장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특히 한의사가 초음파를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크게 공분했다.
박근태 이사장은 의료계에서의 초음파 기기는 더 이상 진료 보조수단이 아닌 엄연한 진료행위로 통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대 진료행위에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이 있는데 초음파는 제2의 청진기로 불린다”며 “진료를 돕는 수단이 아니라 진료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단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보건위생상 위해발생 우려’다. 실제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해 발생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 이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초음파가 비침습적 행위라서 위해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간호사, 약사 등이 모두 사용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단순히 초음파 진단 기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검사로 암 등을 발견하는 진료행위이기 때문에 보험도 적용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는 직역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법원 판결, 국민건강 위해(危害) 심각한 우려”
“초음파, 보조 개념 아닌 의사 진료행위 일부”
“영상의학과 이론은 물론 실습 터득한 전문화된 유자격자 영역”
“학생들도 인지 필요, 의과대학 교수들과 공동대응 모색”
다툼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쟁점은 ‘교육을 받았다면 의사가 아니더라도 초음파 진단 기기를 사용해도 되는지’다.
사실상 면허 외 의료행위 여부 판단을 위해 따지던 근거였던 셈인데, 의료계와 한의계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이론·실습을 배운자 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의 유자격자의 영역”이라고 반발 중이지만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의 의료기기 사용 교육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고 근거를 댔다.
이중 한의계 손을 들어준 대법원은 이에 더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게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무관함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근태 이사장은 "사용과 의료행위의 원리가 무관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해도 된다’는 논리는 망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 말은 법무사가 변호사 노릇을 해도 되고, 판사가 검사 역할을 해도 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힐난했다.
한의계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 혈액검사, 엑스레이 등 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제반 마련을 위해 시동을 걸 전망이다.
그는 “중요한 건 검사가 아니라 판독”이라며 “혈액검사의 경우 정상 결과치에 의거해 정해놓은 범위만으로 단순히 정상, 비정상 판단 과정의 근거로 쓰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는 한가지 검사결과가 정상이라고 해도 여러 의심했던 질환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의학적 지식과 수련을 통해 습득되는 지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및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지역 의사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초음파학회는 대한내과학회 및 의과대학 교수들과도 공동전선을 펼쳐 시위 등에 나설 예정이다.
박근태 이사장은 “의대생들도 이번 판결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교수들 역시 나서야 한다”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도 손잡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