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대한간호협회가 최후 관문을 넘기 위해 일주일 연속으로 국회 앞 간호법 촉구 궐기대회 등을 진행하며 대국민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은 오는 4월 13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 갈등이 격화되자, 정부와 여당은 오늘(11일) 중재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 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중재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는 지난 8일 간호법이 통과되면 즉시 공동 총파업 실행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응해 대한간호협회는 일주일 연속으로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문화마당 등을 이어갔다.
특히 간호협회는 각 지역 의료기관에서 활동 중인 현장간호사들을 통해 간호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일 간호협회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법 즉각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포항에서 온 간호사 A씨는 “간호계는 3교대 뿐 아니라 기본 근무시간 전후로 몇시간씩 초과근무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라며 “이런 현장에서 좌절감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현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간호사는 계속 떠나게 될 것”이라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국민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간호법 통과를 찬성해달라”고 덧붙였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20년차 간호사 B씨 또한 “중환자실은 환자 생사 뿐 아니라 간호사 생사도 위험한 공간”이라며 “근무 중 저혈당으로 쓰러지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건 예삿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대근무가 너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으로 제대로 된 인력산정에 제대로 된 간호를 할 수 있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가자 전원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리기 위해 민트색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민트 프로젝트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려 국민 마음인 ‘민심을 튼다’는 의미를 담아 민트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김영경 간협 회장 “의사협회 약자 행세에 절대 속지 말아야”
또한 이들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간호법은 결코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 침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면허 범위 내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타 직역업무 침해, 침탈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일이 병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병원장인 의사가 불법적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간호사에게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회장은 간호법 반대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임상병리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등에게 의사협회 영향권에서 벗어나 간호법에 힘을 보태줄 것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간호사의 구급·응급 업무는 법적 근거에 따라 수행하는 것으로 간호법과는 무관하다”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응급구조사 등 약소 의료직역군들이 의협에 동조하며 동일 행보를 보이는 게 보건의료현장의 동료로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임상병리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의사협회의 분열 획책, 이간질, 국민 기만의 실체를 깨닫고 의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평생을 갑(甲)으로, 강자로 살아온 의사협회가 마치 자신들이 약자인 양 ‘약자 행세(약자 코스프레)’하는 의도를 간파해서,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