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보건의료계 최대 직역 갈등을 초래한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이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두 법안을 국회 본회의까지 이끌어온 더불어민주당이 이 같은 입장을 12일 최종적으로 고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13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의 표결을 위한 상정 여부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쳐야 최종 결정된다.
본회의를 코앞에 두고 열린 11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도, 12일 더불어민주당과 보건의료단체들의 긴급간담회도 결과적으론 타협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2일 오후 4시부터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9개 보건의료단체 대표 연속 간담회'를 가졌지만, "모두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입장과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단체들 입장만 재확인됐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 종료 후 백브리핑에서 "지금으로써는 원칙적인 입장에 기반해 원안대로 두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며 "13일 본회의 상정 여부는 원내대표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간담회에서 합리적으로 의료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당의 입장도 충분히 전달했다"면서도 "법이 처리된 후에도 그간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단체들이 지적한 문제 등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과 만나며 새로운 정책으로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속 간담회에는 김민석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강훈식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보건의료단체장은 ▲박태근 치과의사회 회장 ▲홍주의 한의사협회 회장 ▲김영경 간호사협회 회장 ▲한정환 방사선사협회 회장 ▲장인호 임상병리사협회 회장 ▲강용수 응급구조사협회 회장 ▲박명화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부회장 ▲이필수 의사협회 회장 ▲곽지현 간호조무사협회 회장 등이 순서대로 각각 대화를 진행했다.
의료단체 "우리도 입장 변화 없다"···'통과 후 보완' 허탈감 피력
회의에 앞서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향한 의사단체 대표들은 특히나 말을 아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고 말했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그간 여야를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항상 의협은 같은 입장이다"고 짧게 답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도 "우리는 기존대로 간호법은 찬성하지만 면허취소법에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왔다"고 전했다.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 회장,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장, 박명화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부회장,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정 중재안을 수용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원안대로 처리할 계획이었으면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으로 인한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 침해 가능성을 특히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용수 회장은 "간호법 내 '진료에 필요한 업무' 내용을 구체화하는 문구 한 줄만 추가하면 되는데, 그 수정안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원안대로 제정하되 추후 개정을 통해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논의하자는 이야기만 듣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개정 시기 등 구체적인 약속은 받아내지 못했다"면서도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지금처럼 의협과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13일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 본회의 전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당 측이 '제정 후 개정·정책적 보완' 등으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범의료계가 법안 통과 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기에 향후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