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던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또 다시 다음(27일) 본회의로 연기되며 분열된 보건의료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간호법에 반대한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는 주어진 시간 내 합리적인 대안을 촉구하며 희망을 품고 있고, 대한간호협회는 아쉬움 속에 다음 본회의를 기다리게 됐다.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는 줄다리기 끝에 두 법안의 상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논의해 의료인면허취소법은 다음 본회의로 넘기기로 했지만, 간호법 만큼은 끝까지 밀어붙였다.
남은 카드였던 국회법 제77조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활용, 본회의 도중 추가안건으로 상정을 시도했지만 국회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회의 시작 후 약 2시간 30분이 경과한 시점 간호법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표결을 위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과 합의에 나섰다.
그러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화를 마치고 "정부와 유관단체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여야 합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토록 다음 본회의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한차례 거부한 중재안, 다시 다듬어지나
지난 11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제시된 중재안을 민주당이 거부했지만, 국민의힘은 다시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재안은 간호법을 간호사처우법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의료인면허취소법 적용 범위를 중대 범죄 등으로 좁히는 게 골자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시점에 간호법을 처리하면 논의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의장이 고심 끝에 결정한 듯 하다"며 "합리적인 중재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하고 중재안을 거부하는 등 거침없이 법안을 추진해온 야당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전날인 12일 민주당은 유관단체 대표들과 연속 간담회를 진행, 중재안을 수용하려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비록 "원안 처리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취지였지만 이날 민주당 측은 불만을 토한 단체들에게 "추후 개정 및 정책적 보완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달랬다.
대통령 거부 양곡관리법 '부결'···간호법 통과해도 뒤집힐 가능성 남아
여야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합의할 시간이 2주가 남은 가운데,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다음 본회의에서 통과하더라도 여전히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다시 돌아온 양곡관리법이 13일 부결된 것과 동일한 수순을 밟아 폐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달 4일 대통령이 거부권 및 재의요구를 행사, 오늘 다시 본회의에 오른 양곡관리법은 재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더 까다롭다.
이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은 의사일정변경 동의안을 통해 상정됐지만 재석의원 290명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 등으로 부결됐다. 115석을 차지한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간호법 저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16일 예고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호법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곽지연 간무협 회장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려고 했다"며 "여야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의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여야가 충분히 대화해 국민과 보건의료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건의료계가 갈라서지 않는 현명한 대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