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와 같은 박수가 연신 터져 나왔다. 다만 통상적인 동조나 공감이 아닌 울분과 읍소의 역설적 표현에 가까웠다.
500석 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연단에 선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때론 격한 공감을, 때론 반감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10일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최한 ‘노인의료·돌봄시스템의 기능 정립’ 국회 토론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요양병원 원장들과 종사자 수 백명이 운집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노인환자 증가세가 확연하지만 정작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요양병원들은 줄도산 사태에 직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방증하는 분위기였다.
요양병원 억제 일환으로 도입된 일당정액제를 비롯해 각종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그야말로 아사(餓死) 직전에 내몰린 요양병원들이 생존을 위한 절규를 쏟아냈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노인의료, 요양병원 의의와 향후 방향’ 발제를 통해 요양병원형 간병 급여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동훈 위원장은 “대한민국 요양병원에는 간병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간병 살인과 간병 파산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병인 혼자 24시간 동안 8명의 환자를 돌보고, 기저귀 갈아줄 시간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간병인들도 학대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병 제도화를 통해 △고령자 인권 향상 △간병비 부담 경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부모 봉양 부담 경감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요양병원 간병 제도화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노동훈 위원장은 “요양병원에 필요한 간병 서비스를 설계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인력, 교육, 재원, 사회적 합의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전제 조건으로 ‘요양병원은 병원답게, 요양시설은 시설답게’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중증환자들이 장기요양 1, 2등급 판정을 받아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반면 등급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소위 ‘사회적 입원’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양병원 경증환자는 요양시설로, 요양시설에 입소한 중증환자는 요양병원에서 치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전국의 1400여개 요양병원 인프라를 활용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요양병원 상급병실료 인정 △요양병원 의료기능 강화를 위한 질환별 수가체계 개편 △의료-복지 복합 모델 도입 △요양병원형 완화의료 시범사업 실시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연자로 나선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노인의료체계와 요양‧돌봄체계 연계방향’을 주제로 노인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 관련 법률 제정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주열 교수는 “노인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 법률을 제정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능을 구분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당 법령에는 요양병원 전문화, 의료-돌봄 통합평가, 주기적 환자평가, 의뢰와 회송,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 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사항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건복지부에는 노인 의료체계 및 요양병원 업무 전담부서를 지정해 혼합형 수가 도입, 야간 간호료 지급 기준, 적정성 평가 개선 등을 중점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간병 제도화로 인한 요양병원 환자 쏠림을 우려한 장기요양기관 관계자들이 항의하며 주최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장기요양 수급자, 요양병원 유인금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