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분통을 터뜨렸다. 작금의 응급의료 위기를 의대 정원 확대의 논리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수 확대가 아닌 의사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인 면허취소법, 이송거부 금지와 같은 악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24일 "정부가 시급한 응급의료 문제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자고 의대 증원을 주장하는 상황에 심한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은 의사 수가 늘면 응급의료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만적 거짓말을 당장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잔류시킬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의사 수 증원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망언"이라고 격분했다.
이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핑계로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 보다 최선의 응급의료를 안심하고 시행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실제 지난 20일부터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전격 시행됐고, 이송거부 금지 시행규칙까지 마련되면서 응급실을 떠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늘고 있다.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 책임은 오랜 경고를 무시한 복지부에 있다"며 "본질적 원인에 대한 개선 노력없이 아무리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도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 응급의료 의료진을 몰아내고 있다"며 "가혹한 판결이 계속된다면 누구라도 소송을 당하고 구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이런 상황에 면허취소법까지 시행되면서 현장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송 거부 금지는 의료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이송시간은 개선되겠지만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