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파업 관계자 출입금지'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두 달 넘게 '강(强) 대 강(强)'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료파업 관계자 출입을 금지한 식당이 등장했다. 이 식당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에 선정된 고급 레스토랑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식당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의료파업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경우에 신속한 처치가 곧 생명을 좌우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환자 생명을 담보로 놓고서까지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 생명의 존엄 앞에서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이념이나 사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수술대를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서조차도 119에 전화를 해 수소문을 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최소한 직업윤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저버리는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력 부족으로 힘든 환경 속에서도 늦은 밤 새벽까지 애써주신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관계자분들게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라고 전했다.
실제 의료파업 관계자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실천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이를 접한 의사들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비판하고 있다.
의사들, '비싼가격·손님 선택' 등 우회적 비판
자신을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한 B씨는 "그 감사하다고 하시는 응급의료센터, 흉부외과 등 소위 필수의료를 위한 정책과 증원이 아니라서 현재 정책을 반대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야한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불통이어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이 사직을 한 것인데 현재 전문의가 돼 병원들에서 필수의료를 하고 지키고 있는 의사들이 이 정책을 동의해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뭔가 인정받으니 다른 데에서도 뭔가 안다고 착각하시는 오만함이 아닌지"라고 되물었다.
소아과 의사로 추정되는 C씨는 "소아과 환자를 진료하면 만원 조금 넘는다. 사람 치료에 1만4000원 받는데 무슨 14만원이나 받나요. 제발 가격 내려서 서민들이 더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사 D씨는 "여기서 식사를 할 생각도 없지만 한편으론 부럽다. 손님을 가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요. 모든 메뉴는 9000원까지만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서 강압을 할 때도 기꺼이 지금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음식을 주신다면 그땐 한 번 가보려고 한다"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밖에 '시골에서도 미쉐린 먹고 싶은데 미쉐린 취약지역으로 식당 옮겨주실 생각은 없나요', '코스요리를 12만원 말고 1만2000원에 공급해야 하지 않나요?', 'CPR 수가 6만원이라는데 마카롱 한세트를 18만원에 판매하시는 분이 할 소리는 아닌 듯' 등의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