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정책에 반대해 의사 집단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후속대응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진 의사단체들의 결성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앞서 의·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의사 집단휴진 사태는 마무리 됐으나, 의협은 의·정 합의를 최종 결정할 때 파업의 한축을 이뤘던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를 배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정부가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국시) 재응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의협의 대정부 협상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종주단체인 의협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의사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의료계 목소리가 분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가를 중심으로 한 20여 명의 의료계 인사들은 11월 말 임의단체 ‘민초의사연합(이하 민의련)’을 설립, 창립 총회를 개최한다.
민의련의 구성원은 대한평의사회 소속인들로 알려졌다. 대표직은 오는 28일 창립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좌훈정 기획부회장·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소군호 보험의무부회장·유지혜 의무이사·김영준 대의원회의장·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최상림 의장·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한동석 회장·김휼 보험이사 등이 단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의련 결성 주된 배경은 의협 집행부에 대한 불신감으로 알려졌다.
민의련 창립자 중 한명인 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회원들에게 보내는 초대의 글에서 “지난 10년 반복해서 회원들을 배신하는 의협 회장 행태에 민초 의사회원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9월에는 파업 투쟁 중 전공의, 학생들을 배신하는 회장과 집행부, 그리고 그런 집행부에 면죄부를 주는 민심과 괴리된 대의원들 모습을 목도하며 절망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우리 의사들이 특정 소수 세력에 속아 회원들을 배신하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의련의 단기 목적은 내년 있을 의협 새 집행부 선출 과정에서 ‘건전한 감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자처하며 민의련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집행부를 포함해 의료계 다양한 사안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으로 시선을 끄는 단체도 최근 등장했다.
역시 개원가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여의사가 모여 결성한 ‘행동하는 여의사회’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공식적인 성명서를 배포하며 단체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 불허를 두고선 ‘내년 초유의 의료 공백은 사태 해결 의지가 없는 정부 책임이다’고 주장했으며, ‘정부 공공의대 재추진 시작, 대오를 정비하자’와 같은 대정부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협 집행부를 향해선 ‘의사 중 6%만 교수, 의협 대의원회는 20%가 의학회’라며 현행 체제에 비판적 주장도 제기했다.
이 같은 각 단체 움직임이 관측되는 가운데, 일부 의사단체 관계자들은 의료계 목소리가 분산되지 않을까란 우려감도 드러냈다.
한 의사단체 A 임원은 “의대생 국가고시 등 의료계가 단합해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는 협상을, 국민과는 대화와 소통을 해나가야 할 때인데 여러 개의 창구가 나뉘면 중심 추진력이 약해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사들도 있다.
지역의사회 B 부회장은 “정책과 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행동으로 나서는 의사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사들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활동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어 “종주단체인 의협이 의료계 목소리를 통합, 이끌고 가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감시기구의 순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