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 확보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병원들은 기존에 입원 중인 중환자 치료 차질 우려와 인력 충원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700명에 육박하며 올해 초 1차 대유행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정부는 병상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여러 가지 난점들을 이유로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특성상 병실 전체를 비워야 하고, 중환자 케어에 필요한 인력이 대거 투입돼야 하다보니 병상 확보가 단기간에 쉽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환자 케어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박인원 이사장(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병원과 의료진이 적극 나서야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중환자실 베드 하나를 운영하려면 잘 교육된 간호사 4~5명이 필요한데 갑자기 그런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A상급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병상이 생기더라도 교대로 투입될 인력들이 있어야하고 그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하다보니 요청이 온다고 바로 뚝딱 준비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기존에 다른 질환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에도 중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 역시 병상 확보가 어려운 이유다.
"비(非) 코로나 중환자 사망률 높아질 수 있어" 우려…지방병원들도 사정 비슷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을 무리하게 확보하다가 되레 다른 중환자들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소재 B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상 확보에 대해 검토 단계”라면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더라도 현재 중환자실은 가동률이 거의 100%인데 그런 환자들을 당장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C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추가될 경우, 여기에 투입될 인력 충원을 위해 기존에 중환자들을 케어하던 인력들이 빠져나가게 돼 중환자실 일부가 폐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중환자 치료 차질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 확보를 확정지은 곳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인력 뿐 아니라 기존 병실을 아예 비워야하고 동선도 새로 마련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기존에 운영 중이던 6개 병상에 더해 이번 달 중 하나, 다음달에 하나 등 총 2개 병상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지방도 사정이 힘들기는 비슷하다. 이번 3차 대유행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애초 지방에는 중환자를 위한 병상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1차 대유행 당시, 병상 부족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구 지역의 경우는 13일 기준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 대구동산병원,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4곳에 마련된 병상의 가동률은 약 46%(입원환자 183명) 수준이다.
얼핏 양호해 보이지만 비어있는 중환자용 병상은 5개에 불과하다. 향후 지역내 확진자가 폭증하거나 기존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순식간에 병상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지자체에서 병원들에 중환자용 병상 확보를 주문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인력 운용 등에서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지방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응급입원실에서 근무 중이던 의료진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 배치하고 입원 중이던 환자는 각 진료과 입원실로 보냈다"며 "현재는 별 문제가 없지만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인력 운용에 차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