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처음엔 교수님이 어려 보여 걱정했는데 지내보니 판단을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난 번 선생님께 다 말했는데 왜 다시 물어보세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5개월 여가 흐른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로부터 나오는 얘기다. 긍정적인 평가도 적잖지만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해 보인다.
21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공동개최한 '입원전담전문의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그 동안의 진료현장 경험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다.
먼저 분과형 모델을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을 보면 현재 종양내과(2015년), 소화기내과(2018년), 호흡기내과(2018년)에서 총 13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원내 직위는 '진료전담교수'로 종양내과 85병동(49병상), 소화기내과 83병동(50병상), 호흡기내과 124병동(50병상)에서 운영 중이다.
병원 김준환 진료전담교수는 "최근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 퇴원환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입원 의향이 있다고 답한 환자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평가를 내렸다.
아직 미흡하지만 교육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종양내과 인턴 교육을 비롯해 간호사 교육 역시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전공의들에게는 환자 인수인계시 교육, 이동식 초음파 술기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공의 5년차나 다름 없는 것 아니냐는 편견과 기존 교수진과의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며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입원전담전문의 개인 만족도와 성취도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의 경우 혈액종양내과,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분과형 모델이 최근 2~3년 내 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 해당 분과 세부전문의로 이뤄져 있고 권한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예컨대, 미국 소화기내과 입원전담전문의팀은 내시경을 직접 시행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시범사업 수가 체계에서는 근무 중 내시경 시술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한국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이어 "분과형 모델을 바로 적용 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특정과의 경우 한국 현실에 맞는 수정이 필요하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과했다.
입원전담전문의도 영역 확대 위해 자체 노력 필요
"사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제도이기 때문에 어떻게 소통을 해야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수 있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시어머니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박승교 진료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병원 경영진, 정부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전국 현황을 보면 연세의료원 4명, 삼성의료원 4명, 인하대 4명, 서울대 2명, 국립의료원 1명, 고신대 1명, 이화여대 2명, 일산병원 1명, 원광대병원 2명 등 총21명이 근무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외과계의 경우 더욱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라고 하면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진료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병원 내에서도 행정적인 측면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병원 경영진은 전공의도 펠로우도 아닌 정체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타 전문의의 급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책정해달라"며 "정부는 비용 보전을 어떤 방법으로 해줄 것인지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직책 불안정성과 부족한 급여 선결 과제…정부 "보상 강화 고려"
그 가운데 보건복지부도 이 제도가 순조롭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혔다.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영 사무관은 의사 접촉 및 진료서비스 질 상승으로 환자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전공의 수련교육과 간호사 업무부담 경감이라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입원전담전문의 본인의 업무 만족도는 50% 이하로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직책의 불안정성, 급여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 병원 내 위치 불확실 등은 선결 과제로 보인다.
권 사무관은 "전문의 입장에서는 야간당직 및 중환자 진료업무의 피로감과 직무 영역 미확립은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짚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가 대비 전문의 인건비가 높아 경제적인 유인효과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도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아 안정적 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기관 참여 유도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2명 이상 과목에 정원 1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 입원진료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등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 사무관은 "야간근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병상 수를 차등화하는 수가 지원 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의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영역 확보와 불확실성 해소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입원환자의학 세부학회를 육성하고 기본 역량 및 교육체계를 마련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새로운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