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환자 진료 잠정 중단을 밝힌 길병원이 빠른 시간 내 입원 진료를 재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의 압박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교수들은 외래를 줄이고 당직을 늘리라는 병원 지침에 따라 주 3회 당직을 서야 하는 등 고강도 업무에 직면하게 됐다.
26일 병원계에 따르면 길병원은 최근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이 잠정 중단됐지만 내년 1월 중 입원이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공지했다.
12월 초 의료인력 부족으로 2023년 2월 말까지 입원을 중단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당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은 “길병원은 더 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며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길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의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어 “2023년 3월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그사이라도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입원환자를 재개할 것”이라며 “진료가 재개되면 곧바로 다시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길병원의 입장 변경 배경에는 빠른 시일 내 소청과 입원 병동 재가동을 요청한 보건복지부 압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복지부가 조속한 소청과 병동 진료 재개를 요구하며 병원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와 관련해 실사를 나오겠다는 등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상급종합병원 탈락 등은 병원 측에 손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이 받는 압박은 다시 고스란히 교수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말 포함 주 3회 당직 근무…기존인력 부담 가중”
병원은 교수들 외래를 줄이고 응급실을 통해 오는 환자 위주로 진료를 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입원진료를 재개할 방침이다.
그는 “주말을 포함해 1주일에 당직을 3번 서라는 지침이 왔는데 주당 최소 120시간 이상 근무하라는 뜻”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존 인력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 역시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 주 몇 시간을 일하라는 것인지,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신생아실 전담 인력을 제외하면 총 4명 뿐이다.
전공의 역시 전문의시험 준비를 위해 휴가에 들어간 4년차 전공의를 제외하면 2년차 전공의 한 명 뿐이다.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병원 측이 임시방편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등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세부 전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임의 수련을 마친 의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빅5 등과 같은 큰 병원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련을 마치고도 계속 그 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파격 대우를 하면 올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병원 운영상 이마저도 쉽지 않으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