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필수의료 소생법으로 제기되는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는 효과가 다르며, 추진 방향도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12곳이 뛰어들 정도로 공공의대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고, 정부는 덜 부담스러운 기존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시각이기에 주목된다.
3월 27일 '경남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설립 국회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 정체성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고려 중인 듯 하지만 새로운 의대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출신이자 의대 교수였던 임 교수가 진단하는 현행 의대의 가장 큰 문제는 '정원과 배출 불일치'다.
임 교수는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더 많음에도 지역의대에서 배출된 의사들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으며 역전되고 있다"면서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 심화된다"고 전망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굳이 공공의대를 짓지 말고 기존 지역 의대가 잘 해서 인력 유출을 막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임 교수는 이 또한 반박했다.
그는 "공공보건의료 핵심 역량 등을 갖추고서 지역 문제에 천착해 활동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기존 의대들은 이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모든 의대 목표는 일차의료 의사 양성이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프로그램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고 부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소규모 의대 vs 국립의대 vs 지역의사제 장단점
임준 교수는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법들의 장단점을 이렇게 평가했다.
우선 인증평가 결과가 우수한 소규모 의대의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은 의대 교육 질(質) 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현재로서는 의료계 등의 수용성이 가장 높다. 다만 또 다시 수도권 의대가 그 혜택을 받는 등 인력 분포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국립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의 경우, 수준 높은 의대 교육이 가능하지만 국립의대 역시 지역 대도시에 위치해 있어 취약지 의사 배치 등 균형 분포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前 정부가 추진하던 '지역의사제'도 있다. 이는 지역의대를 졸업한 의료인이 공공·필수의료 분야에 10년 종사토록 하고 응하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제도로, 의료계 반발이 거세 추진되지 못했다.
특히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임 교수는 "한 학교에서 같은 의사를 키우는데 투트랙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낙인이 발생하고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러한 특성의 다른 의대가 별도로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존 지역의대와 달리 조기 지역사회 노출·필수의료 수행 시 인센티브 등 제공 필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기존 의대와 다른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의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우리 지역도 짓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차별성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임 교수는 "기존 의대들은 대형병원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지역주민이 입·퇴원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전부 교육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입원환자 임상실습만 계속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차별화된 공공의대 커리큘럼으로 지역사회 공공병원 실습 과정 등 지역사회 조기노출 프로그램, 공공의료세미나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수련기관 및 전공 선택은 자율권을 보장하되, 해당 지역에서 필요한 분야를 선택할 경우 의무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성형외과 등 필수의료 격차 해소와 무관한 전공 선택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울러 "신설 공공의대에 전문부서인 '의학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해 교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준 교수는 1995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후 서울대 대학원 의학석사(의료관리학), 의학박사(예방의학)를 수료하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수련했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는 가천대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