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의사처럼 현대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선고로 인해 향후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와 한의계 간 10여년 법적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지만, 의료계가 이번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강력 규탄 및 총력 대응을 시사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의과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보건복지부 상고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들은 대법원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초음파 사용에 이어 뇌파계까지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危害)를 끼칠 수 있는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료법에 의사와 한의사로 하여금 각자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한 판결을 이어가는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장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한의사가 뇌파계로 파킨슨병·치매 사용을 가능토록 한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면서 동시아 사람의 생명, 신체와 중대한 관계기 있기에 의료면허제도를 통해 의료행위 대상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대법원은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 경계를 파괴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의료인 면허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나아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도 "파킨슨병과 치매 같은 난치병이 걱정돼 한의사를 의사로 오해하고 찾아간 환자는 황당한 진료를 받고 건강을 잃게 됐다"며 "이게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의사들은 밥그릇을 지키는 자로 매도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킨슨병과 치매 진료를 위해 뇌파 검사를 받으러 한의사를 찾아갈 일이 절대 없을 대법관들은 국민들에 대한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파렴치한 판결을 내린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