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최근 수술 지연을 이유로 유죄 선고를 내린 법원 결정에 대해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외과의사가 본인 의학적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 범죄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9월 3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지난 8월 31일 장유착 수술을 늦게했다는 이유로 외과의사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고 전하며 “수술없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는 이유로 외과의사가 범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에 따르면, 환자 B씨는 난소암 치료를 받고 6개월이 지나 장(腸) 유착과 장(腸) 꼬임을 이유로 병원에 내원했다.
A씨는 B씨가 난소암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어 장 꼬임으로 인한 장폐색 증상에 대해 보존적 치료를 시도했다. B씨도 보존적 치료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에게 혈변 증상이 나타났고 장(腸) 괴사에 대해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B씨는 2차 수술을 추가로 받은 뒤 회복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의사업무상 주의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지난 8월 31일 이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외과의사회는 “재판부는 장꼬임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배를 여는 순간 뱃속에 있는 장기들에 유착이 발생한다. 장 꼬임을 이유로 배를 열어 수술하면 괴사해 썩은 장을 잘라낼 수 있을 뿐 다시 장꼬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과의사회는 “수술 결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범죄자가 되고 나의 생명과 같은 의사면허를 박탈당하며 처참하게 병원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외과의사들은 동일한 수술을 주저함없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마음 놓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사라졌다”면서 “희생되는 것은 국민들 목숨 뿐이며 앞으로 발생할 모든 파탄의 책임은 오롯이 법원에 있음을 엄중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