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준·이슬비 기자] 지난 10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 필수의료 육성 방침을 밝힌 후 여당인 국민의힘은 후속조치로 관련 TF를 꾸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속빈 강정’ 대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저지 입장을 드러내 여야 갈등이 예상된다.
20일 오전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열고 ‘지역 필수의료 혁신 TF’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중추로 육성하고 지역 병의원과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서 보건의료정책과 긴밀하게 연계한다는 정부 방침과 발맞추기 위함이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는 모든 국민의 생명권 보장이라는 국가 의무를 다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감안해 지역 필수의료체계 혁신을 핵심 민생정책으로 선정해 당이 지닌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국민의힘 지역 필수의료 혁신 TF 위원장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맡았다. TF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의원들과 의료인 등 전문가, 일반 시민도 참여한다.
의대 정원 확대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부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추가 과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혁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야당과도 적극 협의에 나선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우리 의료산업 미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도록 의료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획일적 전공의 배정 문제, 수도권도 필수의료분야는 전공의 정원 확대”
의료계와의 지난한 합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국립대병원 의사 인력과 관련해서만큼은 과감한 투자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이번 여당 TF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유의동 TF 위원장은 “그간 강경 투쟁을 예고해온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발표 후 ‘고무적’이라며 협력의 뜻을 밝혔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고, 지방국립대병원장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금 증원해도 늦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료계가 협력의 뜻을 피력한 이른바 ‘골든타임’이면서도 총선을 앞둔 현재,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유의동 위원장 시각이다.
실제 10개 이상 지역의대 설립 법안이 발의됐고, 김원이·소병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전남 의원들은 의대가 없는 전남에 지역의대 신설 등을 촉구하며 지난 18일 삭발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유의동 위원장은 현행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칼로 무 자르듯’ 획일적으로 정하는 방식도 탈피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을 6대 4에서 5대 5로 최근 조정했다.
그는 “지방의대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를 늘리고 싶어도 정작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다고 하고, 외상환자가 몰리는 수원 아주대병원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대가 교육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도권 병원이라도 필수의료 분야라면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野 “변죽만 울린 국면 전환용으로 국민 우롱”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빠진 것을 두고 “국민을 우롱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발표 내용은 결과적으로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기만행위나 다름없다는 데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에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의료행위 법적부담 완화 등 그간 의료계가 제시한 필수의료 지원 방안이 전폭 수용됐지만, 1주일 가까이 큰 관심을 모은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정원 확대 규모 등 구체적 내용과 수치는 빠진 채 복지부가 공식적으로 얘기했던 의사 수 확대 원칙만 되풀이한 속 빈 강정”이라며 “모든 언론이 대통령실 입장과 전언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얘기했는데 국민 모두 용산발 가짜뉴스에 휘둘렸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의대 증원 규모 빠진 정부 발표, 내년초 확정해 선거에 활용 우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보궐 선거 패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다급히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의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패배로 야기된 불리한 국면을 전화하기 위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의대 정원 문제를 졸속으로 활용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의사들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정책 발표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에서 정원 확대 규모를 내년 초까지 의논해 확정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갖는 듯한데, 이는 내년 총선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국민을 우롱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의대 신설,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도 재차 강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셈법과 의사들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해야 하며, 이와 함께 지역의대 신설 및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병행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