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6개월 동안 의료계 뜨거운 화두였던 필수의료 범위 정의가 21대 국회 끝자락에서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 전담심의기구 설치도 마찬가지로 안갯속이다.
아울러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방법을 기존 의대 증원으로 결정한 가운데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입법화 첫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3건, 공공의대 설치 관련 법안 7건을 포함한 총 50건을 심사했으나 무더기로 계류됐다. 지난 11월 21일 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이다.
우선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종성 의원이 각각 올해 대표발의한 법안들이 심사대에 올랐다.
신현영 의원안과 이종성 의원안은 필수의료를 정의하고 각각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라는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게 공통 골자였다. 홍석준 의원안과 이종성 의원안에는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필수의료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여전히 필수의료 정의가 너무 다양하다”는 정부 측 의견이 제시됐다. 복지위 제2법안소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추후 의견 수렴을 통해 재논의키로 하면서 계속심사가 결정됐다.
공공의대보다 의대정원 확대 및 지역·필수의료 정책 ‘우선’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동용·김성주·이용호·기동민 의원,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공공의대 설립 법안들도 고배를 마셨다.
정부 측이 이번에도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필수의료 강화 정책 추진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대 신설’에 속하는 공공의대 관련 법안들은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지역 의대생의 의무복무를 규정하는 ‘지역의사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사제는 전날인 18일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바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국립중앙의료원 당사자 의견 청취”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숙원이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도 다음번 심사를 기다리게 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 중인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독립적 응급의료 정책 수행 기구로 출범시키는 아이디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상정 소식이 알려지자 18일 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재난의학회는 지지 성명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통합성이 저해될 수 있어 당사자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는 정부 측 의견을 반영, 재논의가 결정됐다.
이밖에 응급의료현장 개선 취지 법안들도 함께 멈춰섰다. 응급의료기관 보안인력의 보안장비 사용·보안인력 보호 강화를 담은 신현영 의원안·최연숙 의원안도 “보안인력 직무 명시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계속심사키로 했다.
의료기관 손해배상 대불금액 상한 규정,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한편, 이날 의료기관 손해배상금 대불 금액 상한액을 정하는 법안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9월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
이는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의료기관 대불 금액 산정 기준을 마련한 개선 법안으로, 대불비용 부담액을 의료분쟁 발생 현황·대불제도 이용 실적·예상 대불비용 등을 고려해서 규정토록 하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