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 문제가 부상하면서 진료비 총액관리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12월4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립대학교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국민 의료비와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에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최근 보험재정 지출 증가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비용 상승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면 문제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GDP 성장률보다 의료비 지출 성장률이 높았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 이 가운데서도 GDP 성장률 대비 의료비 지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이에 반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건강보험재정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권 교수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제공하면서 얻는 경제적 유인을 없애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행위별수가 비중이 높은 곳은 필수적인 의료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의 신포괄수가 또한 행위별수가보다는 장점이 많지만 차라리 신행위수가라고 할 정도로 문제점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므로 “의료공급자 단체와 지불자 간 의료비 총액에 대해 계약을 한 후 실제 의료비가 계약한 액수를 초과할 때, 초과분에 대해 익년에는 수가 또는 지불금액 조정 등을 하는 총액관리 개념 도입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거시적 차원으로 총액을 관리하고 구체적인 진료비지불제도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등을 활용하며, 섹터별 의료비 총액 범위를 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급자단체와 협상을 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의료계는 진료비 총액을 통제한다는 논지에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의무이사는 “비용 문제와 지불제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찾기보다 현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해외에서 시행되고 있는 보건의료제도 중 본받을 만한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진료비 총액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은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만 또한 지엽적인 문제지만 폐렴이나 급성심근경색 질환의 재입원율이 상승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새로운 제도를 들이기보다 현 제도의 문제점부터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에서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 전에 의료비 지출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 또 다시 의료계를 비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액제에 대해 반대하는 공식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건강정책국장은 “현재의 재정 위기는 건강정책국에서도 가장 고민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자체가 터닝 포인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도 국고지원 증액과 보험료 상한 등의 논의를 통해 지나친 적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분명 어려움은 있지만 재정에는 위기가 오지 않도록 연구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