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등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용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저조하다. 노시보 효과와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은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승재 경희의대 교수는 5월 22일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KCR 2022)에서 ‘바이오시밀러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바이오시밀러는 2006년 유럽의약품청(EMA),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차례로 승인한 뒤 기존 블록버스터 품목들 특허까지 만료되면서 임상 진료현장에서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유럽에선 70개 품목이 승인됐으며, 미국에선 31개 품목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8개 품목이 승인됐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주요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10년째 글로벌 의약품 시장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애브비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는 5곳 정도인데, 이중 삼성바이오에피스가 RWE건수 및 투약 환자 수가 제일 많다.
홍승재 교수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철저한 분석시험을 토대로 개발되기 때문에 허가 승인이 비교적 쉽다”며 “또 류마티스나 강직척추염 등 적응증을 하나 확보하면, 오리지널이 가진 다른 적응증을 모두 인정해주고 있어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에선 최근 가이드라인을 바꿔 바이오시밀러 환자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3상을 면제해 1상 이후 환자 투여가 가능해졌다”며 “유럽에서 사용이 늘면서 실사용증거(RWE)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약의 품질뿐만 아니라 약가를 낮춰 환자 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도 덩달아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임상 현장에선 유럽과 미국 등과 달리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늘지 않고 있다. 정체 상태에 있는 이유로 의료진들은 ‘노시보 효과’와 ‘가격효과 저체감’을 지목했다.
홍승재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에, 바이오시밀러가 비열등성을 입증해도 효과가 덜하다고 생각하는 노시보 효과가 환자는 물론 의료진들 사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일부 의사들은 아직 환자들에게 자신감있게 약을 권하기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이어 “노시보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소통 강화 및 정보 제공 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석 제주의대 교수도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산정특례 등의 제도로 바이오시밀러 사용 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또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되는 점도 의사들이 약을 선택할 때 직면하는 또 다른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될 경우 바이오시밀러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처방 유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사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효과를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에 주사가 덜 아프다든지, 저용량을 제공한다든지 등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