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약사 '안도' vs 협회·약계·대형제약사 '우려'
국회에서 심사 순위 밀린 CSO 신고법안···제약업계 '동상이몽'
2022.05.02 05: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간호단독법 제정에 밀린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 심사대조차 오르지 못했다. 법제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제약업계 내부도 복잡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CSO 신고제를 포함한 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과 의료인의 CSO 리베이트 수수 금지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이 심사되지 못했다.
 
정부와 제약업계, 약사단체 등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기에 법안 추진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간호단독법이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CSO 신고제 도입이 난항을 겪자 CSO 의존도가 높은 중소제약사들은 안도하는 모습인 데 반해 적극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했던 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 대형제약사, 약사단체 등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안이 늦을수록 CSO를 활용한 리베이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미팅이 어렵고 영업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자체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CSO 사용을 늘리는 제약사들이 상당하다. 

사업보고서의 수수료 변동을 통해 이 같은 변화를 알 수 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판촉 수수료 증가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휴텍스제약 작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236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13.1% 감소한 303억원이다. 실속없는 장사의 원인은 영업대행 수수료 증가로 분석된다. 
 
휴텍스제약 판촉수수료는 전년 대비 15.9% 늘어난 115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858억원, 2020년 994억원에서 작년 1000억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명문제약도 코로나19 유행 시기 동안 CSO 비중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여전히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명문제약 매출은 1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74억원으로 집계된다.

2020년(-264억원)보다 적자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다. 수수료 비중 증가가 이유로 지목된다. 명문제약의 지급 수수료는 전년 대비 329.3% 급등한 387억원이다. 

구주제약도 CSO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제약사 중 하나다. 이 회사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1.3% 줄어든 501억원,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같은 기간 지급수수료가 대폭 올랐다. 구주제약의 지급수수료는 전년 대비 597.3% 급등한 136억원이다. 매출의 약 27%가 수수료 지급에 쓰인 셈이다. 
 
동구바이오제약도 일찌감치 CSO 체제로 전환했다. 전국 거점지역에 지점을 설립해 영업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2010년 CSO 체제로 바꿨다. 실적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4% 확대된 1551억원이고,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6.9% 증가했다. 같은 시기 지급수수료는 전년보다 24.5% 늘어난 576억원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실적이 오르든 내리든 CSO를 활용하는 중소 제약사들은 CSO 양성화를 위한 신고제 도입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자체 영업조직을 축소시키거나 없앤 경우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하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CSO와 아예 거래하지 않는 제약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CSO를 관리하고 양성화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적 걱정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제약계, 약계 등은 CSO 신고제를 골자로 한 법안 통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CSO 리베이트 수수 금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신고 절차를 완료한 CSO만 의약품 위탁영업 권한을 부여해야 실질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제약업계는 입법 지연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의료인이 CSO로부터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도 동반돼야 일선 현장에서 리베이트 근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의사단체가 격렬히 반대하면 통과가 쉽지 않다.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도 CSO를 일부 이용하고 있지만, CSO 신고제 도입을 통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은 CSO들이 의약품 유통시장 질서를 해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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