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CEO가 바라는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지원
동아·한미·SK·휴온스·셀트리온 대표, 신년 대담회 참석···'제도와 재정 절실'
2022.01.19 12:41 댓글쓰기
(왼쪽부터) 엄대식 회장, 권세창 사장, 안재용 사장, 윤성태 부회장, 장재식 사장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사 수장들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성공을 위해 정부에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는 규제 환경 정비를 요구했다. 약가와 허가 및 심사제도 개선, 재정적 지원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주최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에는 동아ST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휴온스 CEO와 복지부·식약처·산업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저마다의 신약개발 경험 및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개선안을 내놓았다. 동아ST는 신약 약가 개선, 한미약품과 SK바이오사이언스, 휴온스, 셀트리온은 허가심사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동아ST 엄대식 회장은 “신약개발을 진행할 때 항상 성공 가능성과 비용 지출 타당성을 두고 고민한다"며 "신약을 개발하려면 비임상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부터 개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되는데, 기존 사례가 없는 First in class 약물은 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워 이러한 판단이 더욱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게다가 개발 비용 회수를 검토하게 되면 신약 개발을 주춤하게 되는 일이 많다"며 "국산 신약 약가가 너무 낮다보니 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 현재 DPP-4억제제 계열 당뇨약의 경우 선두주자인 시타글립틴에 비해 국내 제약사 개발 제품의 가격이 매우 낮은데, 보험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업체들은 추가 개발 동력이 떨어진다"며 지적했다.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은 "신약개발을 위해 기업들은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준비해야 하는데, 국내 식약처는 모든 서류가 보완, 완비돼야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며 "FDA는 이를 ‘중대한·경미한 보완사항’으로 나누고,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도 일단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에도 이런 시스템 도입한다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난치성 질환, 항암은 싱글 에이전트(단일 약제)로 치료가 잘 안 돼 최근에는 4개까지 약제를 혼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약사는 각각 약제에 대한 서류를 다 준비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됐다면 독성 자료를 면제해줘 병용 치료제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의 경우, 개발 초기부터 전주기 맞춤형 컨설팅과 신속심사가 이뤄지도록 식약처가 전담 정기회의 및 중앙심의기구를 설치해 지원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제도가 시스템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이어 "규제역량 체계화와 선진화를 위해 심사·허가, 연구개발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며 "미국 FDA의 CTAP와 EMA 신속심사허가제의 운용규모 및 시스템 등을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휴온스글로벌 윤성태 부회장은 "식약처에서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고 품질 등 의약품 심사기준에 대해서 국제 조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식약처 심사인력이 해외 규제기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해 규제 개정 및 심사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부회장은 "식약처의 허가 심사 기간이 해외 규제기관보다 짧은 것이 장점이었지만 심사 인력이 부족해 민원 신청 즉시 민원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민원 처리 기간이 임박하는 시점에서 심사와 보완이 생겨 민원처리 기간이 법적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 장신재 사장은 "현재 일부 사전검토 민원을 통해 식약처와의 컨설팅이 가능하지만 품질, 임상, 비임상 등 각 분야별 담당자 일정 수립이 필요하며, 다수의 민원으로 인해 식약처 담당자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의약품 개발 시 여러 시점에서 여러 의문이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답변이 가능한 절차와 지원 조직이 마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약품 개발 환경이 개선되려면 규제당국인 식약처의 전문 인력 확충, 제도 정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식약처는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식약처의 의료제품 심사 인력이 228명으로, 미국 FDA 8051명, 유럽 EMA 4000명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고, 규제제도를 선진화하려면 조직 강화가 필수적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규제당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규제의 수준을 낮추거나 틈을 허술하게 하는 것이 아닌, 안전성과 효과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업과 원활히 소통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그동안 보건당국은 규제 개선과 허가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시도를 하면서도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업무의 밀도는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석연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기업들이 제품을 식약처에 가져왔을 때 신속히 대응을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식약처 인원과 심사 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해외 허가기관과 식약처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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