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유치를 향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3월 오산시가 약 517억원의 토지를 사들여 6년 동안 추진했던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이 무산된 이후에도 많은 지자체들이 서울대병원 유치를 외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 서울대병원 유치는 지역주민들에게 확실한 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가 서울대병원 유치에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시흥배곧 서울대학교병원 설립을 위한 협약서 체결 내용을 보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설립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접수를 받고, 12월 중으로 예타 대상을 선정하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2020년 예비타당성 조사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를 시흥배곧 서울대병원 설립추진단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상태다.
예비타당성 승인을 얻은 후 병원 규모와 설립·운영, 개원 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되면 추가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경기 과천·충남 서산·경북 상주 등 가세
과천시의회는 지난 4월 11일 과천시가 제출한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를 위한 연구 용역에 대한 추경예산 7000만원을 제23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과천시는 조달청에 학술연구 용역을 발주해 예상부지의 규모 적절성, 교통 여건과 주변시설 편의성 등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또 조달청 용역 결과를 토대로 토지 무상지원과 건축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 등을 논의한다.
반면, 일부 과천시 주민들과 시의원들은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원하는 부지규모와 건축비를 감당하려면 400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한데, 신도시 개발에 이를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충청남도 서산시에서는 서울대병원과의 단순 업무 협약을 논의하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분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기도 했다.
성일종 의원은 작년 11월 5일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서 서산의료원의 기능 강화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충남도가 운영하고 있는 서산의료원을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토대로 응급의료시스템 도입 및 산부인과 등 취약과목 지원에 대한 모델이 제시됐다.
비슷한 사례로는 1987년 서울시로부터 시립병원을 위탁받아 서울대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있다.
성 의원은 “충남지역 닥터헬기 이송 54.3%가 서산·태안 환자”라며 “서산·태안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로 지역별 의료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 상주시는 작년 10월 서울대병원 분원 등의 유치 자문 및 홍보 활동을 담당할 ‘상주시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출범했다.
황천모 상주시장은 지난해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 유치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노인전문 특수병원 건립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공개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본원 이전 추진 노원구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이 아닌 본원 자체를 이전하려는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금년 1월 노원구의회에 참석해 “최근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서울대병원 외곽 이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며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에 서울대병원 분원을 짓는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창동기지는 17만9578㎡로 현재 서울대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연건동 부지 10만4752㎡의 2배 규모다. 오 구청장은 “서울대병원이 이 부지로 이전하면 50년이든 100년이든 파격적인 임차료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 시장은 해당 사안을 직접 언급하며 ‘서울대병원 창동기지 이전 TF’를 꾸리는 등 추진을 본격화하는 듯 했다.
하지만 6월 12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는 “서울대 총장과 대화를 나눴지만 여러 고려할 요소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시장이 이처럼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서울대병 원의 입장 표명이 배경이 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여러 지자체의 분원 유치 공세에 “상주, 시흥, 노원구 진출과 관련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는 분원 설립에 대한 오산시와의 협약 무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2008년 오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삼미동 일대 종합의료시설터에 분원 설립을 계획했다. 건축비용은 병원이, 토지와 기반시설은 시가 부담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약 3000억원의 건축비용을 오산시에 추가로 지원해달라 요청했고, 오산시는 거절했다.
오산시는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를 위해 삼미동 일대 토지 12만3521㎡를 516억8700만원에 매입했는데 추진이 늦춰지면서 매년 32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이 계획 철회를 오산시에 전달하면서 오산 분원 유치는 무산됐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모든 지자체와의 분원 설립 협약을 부인하다가 최근 시흥 분원 건립 로드맵을 공개했다.
오산시 협약을 반면교사 삼아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설립 협약서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분명히 명시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