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출신 창업자 설립 바이오벤처 '승승장구'
10여개사 상장, 최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1조5000억' 잭팟 터뜨려
2019.09.17 05:2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LG화학이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LG 출신 창업자들이 설립한 바이오벤처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를 내며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을 포함하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BBT-877'을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1억4500만 유로(약 1조5200억원)이며, 이중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는 4500만 유로(약 600억원), 임상개발·허가·판매에 따른 기술료는 최대 11억 유로(약 1조4600억원)다. 

'BBT-877'은 오토택신 저해제로, 2017년 5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양수받은 물질이다. 당시 합의한 계약 내용에 따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수출 수익의 50%를 나눠 받게 된다.

이 같은 대형 호재를 맞게 된 배경에는 두 회사 대표의 인연이 한 몫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와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LG화학(舊 LG생명과학)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다.

김 대표가 이 대표에게 오토택신 저해제 후보물질 이전을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를 사들인 후 다국적 제약사에 되파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두 대표 간의 신뢰와 비즈니스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처럼 LG 출신이 바이오 업계에서 약진하고 있다. 이들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는 30곳 정도로 집계되며 이 중 10여 곳이 상장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크리스탈지노믹스, 제노스코, 알테오젠, 파멥신, 펩트론, 수젠텍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조중명 대표가 창립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 바이오벤처 최초로 신약 '아셀렉스'를 출시했다. 조 대표는 김용주 대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마찬가지로 LG생명과학 임원을 거쳤다.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이 얀센 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 개발사로 알려져 있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의약품 또는 항체의약품의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 주는 기술로 연내 기술수출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유진산 대표가 지난 2008년 설립한 파멥신은 20년 가까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올린바시맵' 개발에 올인하고 있으며, 박영우 대표가 2007년 창립한 와이바이로직스는 단일항체,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출신인 이승주 대표가 경영하고 있는 오름테라퓨틱는 항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큐로셀의 김건수 대표는 요즘 가장 핫한 'CAR-T' 치료제 개발에 특화돼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물론 체외진단기기 시장에서도 LG 출신 경영인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손미진 대표가 이끄는 수젠텍과 김소연 대표가 운영 중인 피씨엘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LG화학 및 LG생명과학 출신이 바이오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LG가 1980년대부터 신약 개발에 투자해왔고, 이 과정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벤처 붐 확산 등 대내외적인 변화로 창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바이오벤처를 설립하다보니 네트워크, 정보 및 아이디어 교류를 형성하는 바이오 생태계가 조성됐다. 지금도 LG 출신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Ex-LG'란 이름의 모임을 갖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 바이오벤처까지 포함하면 LG 출신 바이오 인맥 지도를 만들어될 정도로 폭넓게 포진해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벤처에 뛰어들다 보니 대기업들에 비해 부족한 정보력, 약한 인적 네트워크 등을 보완하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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