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형실거래가제 재시행 주요 이유로 ‘리베이트 근절’을 들고 있지만 이에 역행한 사례가 포착돼 제도의 ‘효용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를 통해 약가를 낮추면서 리베이트를 차단시키겠다는게 정부 의중이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D'사 리베이트 사건에서 시장형실거래가제 시행 중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시장형실거래제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행된 후 유예된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D사는 바로 이 기간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A종합병원 재단 측에 의약품 판매액의 15%를 제공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의약품을 병·의원에 저렴한 약가로 납품할 시, 상한가와의 차액 대비 7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로 그 공급 주체가 건보공단이어야 하지만, 제약사가 이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사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환급금을 병원에 주게 된 상황에서 병원은 따로 보험금 100%를 공단에 청구, 이중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게 공정위가 지적한 부분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 유통 투명화를 위한 방안으로 그 혜택을 병원, 약국 및 환자가 공유토록 한다는 취지지만 이번 사례로 결국 리베이트 금지가 힘들다는 분석을 낳는다.
이에 따라 시장형실거래가제 대신 다른 리베이트 단속법이나 쌍벌제 속 제약계의 꾸준한 자정활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오히려 리베이트를 단속하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반하는 제도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음성적 리베이트를 합법화시키는 정책”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재정절감 목적을 빗나가고 있다는 점 역시 한 국회 자료로부터 제기돼 업계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회 김성주 의원실(민주당) 분석 자료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지난 11월 1일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기간 동안 지급된 인센티브의 약 91%가 대형병원에 몰렸다.
구체적으로 인센티브 청구 상위 5위 기관은 서울아산병원(122억7000만원), 서울대병원(122억6000만원), 삼성서울병원(78억7000만원), 부산대병원(65억1000만원) 순이었다.
그러면서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보다 인센티브가 더 많아 실제 최소 464억원, 최대 16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김성주 의원은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오히려 합법적 리베이트로서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고 있다"며 "일부 병원은 받은 인센티브로 건물을 신축하는 등 추가 수익 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약협회는 정부가 시장형실거래가제 재시행에 대한 전면 검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경호 회장은 “이 제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약업계만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 천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국민에게 득이 없는 이 제도를 왜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