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이 21년만에 최고치인 46건을 기록했지만 국내 신약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7년 FDA가 전년대비 2배가 넘는 46개 신약을 승인했다.
승인 건수의 증가 원인은 신속승인, 우선심사, 획기적 치료제, 가속승인 등 신약 승인 프로세스를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FDA는 1996년 신약을 53건 승인한 뒤 승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 20건 정도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다가 2011년 이후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2013년 27건, 2014년 41건, 2015년 45건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신약 승인은 2016년 22건으로 급격히 줄었고, 지난해 46건으로 다시 급등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승인된 신약 중 바이오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바이오신약은 2013년 4건(15%), 2014년 11개(27%), 2015년 12건(27%), 2016년 7건(32%)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승인받은 신약 중 상당수가 환자 수는 매우 적지만 약가는 수 십만달러가 넘는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다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역대 신약 승인 건수가 최대를 기록한 것은 정책적 지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들은 임상 초기부터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보이거나 임상 완료 후 결과가 확실한 경우 허가신청을 10개월에서 6개월로 앞당겨 허가기간을 단축했다.
신속 허가제도로 승인을 받은 신약 비중은 2015년 전체의 60%(27개)에서 2016년에는 73%(16개)로 급증했다.
FDA 스코트 고틀리에브 청장은 "신약 승인 건수 증가는 기술의 발전과 신속승인 등의 규제 효율화가 주요인"이라며 “이들 제품이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전혀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가 역대 최다 의약품 승인을 진행했지만, 국내 개발 신약은 단 한 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바이오시밀러 포함)도 △LG생명과학 팩티브(2003년) △한미약품 에소메졸(2013년) △동아ST 시벡스트로(2016년) △ 셀트리온 인플렉트라(2016년) △SK케미칼 앱스틸라(2016년) △대웅제약 메로페넴(2016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렌플렉시스(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루수두나(2017년, 잠정 허가) 등 8개에 불과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약 허가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국내 제약사 가운데 성과를 낸 사례가 없어 아쉽다"면서 "하지만 올해 미국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약들이 상당히 많아 실망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승인을 기다리는 의약품이 6개 정도 된다는 것은 국내 제약사들이 그만큼 노력해왔다는 증거"라며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